어떤 만남
이 설 윤
소리없이 다가 온 잿빛 그림자
저물어 해질 무렵
엎드리는 두려움 속에
사랑의 언어로 가득찬
당신의 침낭에 몸을 뉘였습니다
흔들리는 세상의 바람 속에서
지우고 다듬고 다시 그려도
실패의 연속 뿐인
수많은 붓놀림 중
당신의 한 획은 완전합니다
태초가 어제 같은 오늘
다시 시작하는 아침이 되었습니다
알지 못하는 시련의 터널을 지난다 해도
어둠을 몰아내고 빛을 꿈꾸는
그리움이 있어 좋습니다
창백한 그믐달이 걸려있는
하얀 감옥으로 찾아오신
숨 가뿐 만남이
깊은 바다를 밟고 일어선
언약의 하늘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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