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흔적을 남기고
붉은 빛 돌기 시작한 냇가엔
흩어지는 햇살만 수북한데
마음 속엔 이미 가을이 깊다
봄날 꽃을 기다리는 설레임
가을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시간들 속에
오롯이 들어 있는 것들을
추억이라 불러 보는 아침
어디서 왔는지 허리를 세운 상념이
잔물결을 일으키지만
이젠 이별과도 친해지고 싶다
무심히 가버리는 것들을 붙잡아
차곡차곡 간직한 책갈피
수많은 순간들이 옷고름을 풀고 나온다
먼 산길 감싸고 돌아 온 안개 자욱한 수묵화들
구름을 데려간 바람의 마음을 생각하며
세월이 남기고 간 이야기를 읽는다
세월은 보이지 않아도 흔적을 남기고
바람을 가도 그림자는 남지
빗방울이 풀꽃에 스미듯
그리움을 안고 가는 황혼에
시를 품은 한 줄 발자국을 남기며
사락사락 저물어 가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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