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현모양처를 걸어두고
이 설 윤
두 개의 다른 세상이 만났다
오늘도 마주한 커피잔이 전쟁을 향해 빗장을 열었다
생각의 벽을 넘지 못하는 고집과
일산화탄소처럼 삶을 질식 시키는 권위 앞에
번번히 무너지는 자존감을 애써 현모양처로 포장한다
숨막히는 일상 속에 미움 한 웅쿰과 연민 한 스픈을 넣고
으깨고 버무려서 무수한 세월 달이고 삭여
다시 누이는 곳은 아이들의 웃음
아무말 없이 쓰다듬어 주는 믿음의 그루터기
퇴행성관절염 보다 더 아픈 것은 미처 늙지 못한 영혼
파르스름한 마음 뒤에 숨겨둔 단아한 얼굴에 비밀의 커튼을 내리고
현숙한 아내의 십계명을 읽고 있는 나에게
세월이 말해주는가 종이호랑이가 된 그가 불쑥 던지는 한마디
당신도 이제 많이 늙었구료 시집 올 때 참 예뻤었는데......
왈칵 눈물이 나오는 것을 들킬 뻔 했다
난 속도 없는 여자, 이렇게 함께 늙어가는가 보다
황혼의 바람은 막 시를 쓰기 시작하고
밤은 오래된 슬픔처럼 작은 방으로 스며들지만
더 이상 비탈리의 샤콘느를 부르지 않으련다
누가 뭐래도 난 현모양처니까......
*샤콘느 : 세상에서 가장 슬프다고 알려진 노래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