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병사의 일기
이 설 윤
산수유 피어나는 나무 그늘에 앉아
봄이 오는 소리를 듣던 날들은 가버렸다
불쑥 찬아온 슬픈 그림자
지금 난 피투성이가 되어가는 전쟁터에 있다
권력을 얻기 위해, 땅을 차지하고 부를 누리기 위해
천하에 이름을 내고 승리를 만끽하기 위해
모두 무언가를 얻으려고 전쟁을 일으키지만
난 무엇을 얻으려고 여기에 있나
나를 위해서도 내 가족을 위해서도 아닌
죽음이 일상인 현장에서 그저 살기 위해 총을 들었다
저들이 죽지 않으면 내가 죽어야 하니까
아무것도 모른 채 죽어가는 사람들
귀중한 목숨들은 신음 속에 사라져 가는데
이 바참한 전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땅과 사람에게 상처 뿐인 혼란 속에서도
여전히 봄은 오고 발밑엔 어느새 꽃들이 피어난다
작은 꽃잎 위에 앉은 눈부신 햇살은
지나가는 바람과 함께 춤을 추는데
우린 언제 쯤 평화의 노래를 부르려나
목숨 보다 질긴 벽을 허물고 바라보면
너와 나 결국 한 세상 인 것을
하늘 저쪽 너머로 구름 한 장 유유히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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