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때가 되는 일은 아주 쉽지
부고를 들었다
샤워를 한다 차가운 물 줄기가
머리카락 위로 마구 헝클어지게
방치한다
비누 거품을 낸 빨간 이태리 타월로
때를 문지르다
때를 놓쳤네 하고 중얼거렸다
바껴가는것은 세월만이 아니네
눈물 한방울 보탠 물줄기는 윤회의
무게로 더웁다
막내이모를 엄마 장례식때 뵈었지
차로 가면 하룻길인데 몇해를 미루어놓았을까
다음달이 생신이라 했는데
그저 숨쉬고 살았을 뿐인데 때가 쌓인다
한달 전쯤 이모하고 전화를 했지
통화 마지막에 이모가 늘 하는 말
너희를 위해 기도하고 있단다
안개낀 유리문에
내 얼굴이기도 하고 나를 닮은
그 누구이기도 한 얼굴들이
비누 방울 처럼 부풀러 올랐다 사라진다.
먼지나 공기 땀 기름 같은것이 쌓여
때가 되고
기회 인연 운명 세월 기도 업보
그런것들도 쌓여서 때가 되지
어쩌지 못 하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는
어떻게든 했어야 했던 것들
때가 때가 되는 일은 아주 싶지
김 수린
8/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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