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장례식 / 김 수린
오늘 애틀랜타 일기
맑고 창명함
러시아 미사일을
닮은 허리케인 이언이
풀로리다 야자수를 마구 헝클어 놓고
어쉬운 목숨을 백이나 챙겨 가더니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선전 포고를 하였다
조심스레 옆눈질을 하고있는
애틀랜타의 오늘 날씨는 맑고 화창함
정오의 눈부신 태양이
불 꺼진 예배당으로 조문객을
밀어넣는다.
하얀양들이 검은 턱시도를 입고
저마다의 되새김질을 하며
어두운 묵상을 하고있다.
희고 노란 국화꽃이 만개한 큼직한 요람에
진액이 다빠져 말라 비틀어진
감자 한톨 같은 초춰한 얼굴의
여든 네살 노신사가 고요히 잠자고있다
십년전 찿아 온 불청객 암에게
내 부모 보다 한참이나 오랜 후에
왔으니 고맙네 하며 따라 가려는것을
아들이 애걸 복걸 말려
불청객에게 위장 하나 떼어 주고 보냈다 했다.
삼천명 교인을 가진 미국인 교회의
목사인 건장하고 잘 생긴 아들은
보름달 같은 얼굴에 헤맑은 미소를 짖고 있는 엄마를
내일이면 치매 양로원에 모셔 가야한다.
윤기가 반지르르한 리무진이
꽃단장한 요람을 품고
태양빛 보다도 밝은 그곳을 향해
비상을 시작하자
부르릉
낯익은 그림자들이
눈을 깜박이며
지리한 세월을 따라간다
며칠후 며칠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10.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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