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최신 댓글

써 놓고 보면 항상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생겨 , 고치고 또 손을 대고.... 너무 부끄러워서 숨어버리고 ... 이난순
늘 우리에게 도전을 주시는 난순님의 열정, 부러워만 하고 있는 저에게 글의 소재도 보내 주시고 아낌없는... 이설윤
이런 날엔 수줍은 꽃나비 봇짐에 얹고 강변길 산책하고 싶네요 언제나 고운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드는 선... 이설윤
가신 님을 그리도 못 잊으시나요? 별이 된 꽃의 마음 헤아리다 시인이 되셨네요 고맙습니다. 이난순
러시아의 전쟁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구요. 그 전부터 계속 그래왔지요 세계 곳곳에 테러리스트들이 난무하... 강창오
글쎄 말입니다! 세계가 들썩거리는데 ,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는데.... 참으로 답답합니다 내 집 ... 이난순
제가 미국 날짜와 시간인지 확인을 안 했군요. 전 한국에 계신 교수님 이길래 당연히 한국시간 인 줄 알고.... 이난순
오랜 동안 몰랐던 할머니의 마음을 할머니의 나이가 되어서야 깨달은 철부지 손녀! 인생길은 쉬운게 아니... 이난순
시작의 중요성이 느껴 지는군요. 다 이루었다고 생각 되어질때 그것을 끝낸게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의 출발... 이난순
살아 숨쉬는 동안 끊임없이 계속되는 베토벤의 운명교향곡 감상. 그 서곡을 또 다시 어떻게 해석 하느냐에 ... 강창오

갤러리

달콤한 노동

김수린2023.07.30 20:55조회 수 73댓글 3

    • 글자 크기

 

달콤한 노동 / 김 수린

 

 
진료실에 앉아 있던 환자가 모서리가 부러진 틀니를 내밀었다.
 
틀니를 떨어트렸어요?”
아니요  할때 이를 악물고 일을 하다보니 틀니가 부러졌어요.”
 
일반적으로 힘든 상황이나 힘에 부치는 일을 할때 이를 악물고 한다 라는 표현을 한다극심한 통증이나 분노를 참아야 할때도 이를 악물고 견디다 라고 말한다수면 중에 또는 무의식 중에 이를  다무는 습관이 있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그렇게 치아에 과도한 압력이 지속적으로 기해지면 치아가 부라지거나 턱관절에 통증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빨을 악무는 과정에 의해  아래 전체 틀니가 부러지는 사례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40 대의 젊은 나이에 심한 풍치로 치아를 모두 발치  후에 완전 틀니와 임플랜트를 하며 자주 내원했던 환자다자주 만나다보니 자연스레 신상이야기를 주고 받게 되어 그가 제과 제빵사 라는 것을 알고 있는 나는 의아해 하며 되묻게 되었다
과자나 케이크를 만들면서도 이를 악물게 되요?”
그럼요 만드는 일이 얼마나 힘든일 인데요여자들은 내가 케이크 만드는 사람이라고 하면 “어머재미있는 일을 하시네요하면서 자기도 배우고 싶다고 말하죠나는 그런 말을 들으면 설명 하기도 싫어서 그냥 대꾸도 안해요. “
그가 인상을 찌프리며 대답했다.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새삼 내가 가졌던 제과점의 이미지가 얼마나 막연하고 단편적이었는지를 인식 하게 되었다.
고소한 커피향과 함께 진열장 안에 예쁘게 장식된 케이크와 각양 각색의 쿠키와 빵들을 고르며 나는 제과점은 그저 밝고 화사하고 유쾌한 곳이라고 생각했었다진열장 뒤에서 누군가는 이를 악물어야  만큼의 스트레스와 육체적인 노동이  수있다는것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아니 그보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바삭하고 달콤한 하나의 쿠키가 만들어지기까지 제빵사의 수고 이전에 치러진 과정은 얼마나  힘든 노동이었을까.
아마도 우크라이나 어느  농장에서
땀흘려   수확한 농부가 있고
밀이 제분 과정을 거처 밀가루가 되고 그것이 운송되어 제빵 공장까지 오는 과정에 투입된 보이지 않는 수고의 결과물이 오늘 내가 먹는 하나의 쿠키가 아닌가.
그러고 보니 지난해 있었던 ㅇㅇ 제빵 회사의 여직원 사망 사고가 새삼 떠오른다밤샘 근무를 하던 20  여직원이 윤전기에 끼어 사망한 안타깝고 슬픈 사고도 우리가 무심히 먹었던  하나의 가치를 새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던  같다.
 
 
수선한 틀니를 받으러 온 그에게서
언제나 그렇듯 담배 냄새와 함께 달콤한 케이크 냄새가 난다.
수선된 틀니를 끼고 그가 희고 가지런한 이빨을 보이며  웃었다.
치아가 없는 합죽한 노인의 얼굴이 틀니를 끼고 나니 다시 40 대의 젊은 얼굴이 되었다그렇게 그가 내게 보여준 환한 미소는 아마도 오늘  노동의 달콤한 보상일게다.
    • 글자 크기
때가 때가 되는 일은 아주 쉽지 라 하브라의 봄

댓글 달기

댓글 3
  • '수면 중에 또는 무의식 중에 이를 앙 다무는 습관이 있는 사람'.

    ㅎ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립니다. 제 치과의사가 저를 그런 사람으로 부류했으니까요.

    근데 아직 틀니는 하지 않아서 쬐게 안전하네요.

    근데 이를 악물고 만든 빵 과자맛(?) 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 수필의 진수를 맛보게 해 주셔서 넘 감사해요!

    얼굴의 윤곽을 그렇게나 많이 차지하는 이빨의 의미를 새삼 느껴봅니다

    저의 남편도 임플란트를 하는 중이라 임시 틀니를 사용중인데

    십여년의 세월을 왔다갔다 하면서 나를 혼란시키더라구요.

    제발 합죽이 할아버지 모습이 보기 싫으니 틀니 뺀 모습 남에게 보이지 말아달라고

    주문하면서 웃곤하죠

  • 수필로서의 기능이 뛰어난 작품입니다. 개연성을 조금만 첨가하면.......

    이 글을 쓰면서 많은 시간을 요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수필의 맛을 알고 쓰셔서 개인적인 숙제를 내준 사람으로서

    기뻤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영역의 글이 궁금해집니다.


- 치과 의사
- 현재 둘루스 소재 개인치과병원 운영
- 제2회 애틀랜타문학상 수필부문 최우수상 수상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37 엉거주춤2 2024.01.27 37
36 단순하지 않는 마음 / 강 우근 2023.10.29 36
35 때가 때가 되는 일은 아주 쉽지3 2023.10.29 107
달콤한 노동3 2023.07.30 73
33 라 하브라의 봄3 2023.05.16 52
32 어느 장례식 2022.10.09 54
31 오이 예찬 2022.08.06 47
30 침묵의 파장 2022.08.06 66
29 나의 소확행 2022.06.12 39
28 3 월의 꽃샘추위 2022.03.12 48
27 임신 프로졕트 2022.01.16 47
26 생명을 찿아 가는 길목 2022.01.16 316
25 손거울과 아리랑 2021.07.09 49
24 봐주기 2021.07.09 46
23 유레카 2021.02.14 466
22 코로나의 봄 2020.08.30 65
21 최악의 비행기 여행 2020.08.30 40
20 위대한 대한 민국 국민들 2020.08.30 39
19 나무꾼과 선녀 2019.09.14 65
18 바캉스 2019.07.28 57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