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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김수린2021.02.14 12:36조회 수 466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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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아침 출근 전에  머리 손질 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코로나로 미용실 출입이 꺼려지기도 하여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머리가 길어져서 볼륨을 살려 스타일을 만드는것이 힘들다. 
그러다 우연히 YouTube 에서 헤어롤로 볼륨을 살리는 영상을 보았다. 꽤 괜찮은 방법인 듯 보였다. 문득 언젠가 딸이 쓰던 물품들을 정리하다가 새 것 같아 보이는 헤어를 세트가 있었던 것이 기억이 났다. 혹시 버리지 않고 어디엔가 두었나 싶어서 여기저기 살펴보았으나 찿을 수 가 없었다. 직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월마트에 들려 눈에 띄는 제품을 하나 샀다. 그런데 사용을 해보니 매끈한 풀라스틱 원통형의 헤어롤은 기대했던 것 만큼 사용하기가 용의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예전 방식으로 헤어드라이어와 헤어스프레이로 머리 손질을  하며  미용실에 예약을  해야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서랍 깊숙히 숨어있는 헤어롤세트를  발견하고는 나도 모르게 속으로 ‘유레카’ 하고 외쳤다. 그러면서 이 하찮은 물건을  찿아내고  ‘유레카’라고 외치는 나 자신에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다양한 색갈과 크기로 고슴도치처럼 잔털이 잔뜩 박힌 헤어롤은 내가 원하는 안성맞춤의 제품이었다.
 
   그런데 내가 ‘유레카’ 라고 쾌재를  부른 이유는 단순히 헤어롤 세트를 찿아서가 아닐것이다. 그동안 나와 밀레리염 세대인 딸의 생활 방식 차이로 인해  내가 느꼈던 약간의 갈등과 혼란 때문이었던 것 같다.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딸은  거의 매일 전화를 한다.  그리고 때로는 예고도 없이 동영상 전화를  걸어 온다. 어느날 저녁 , 침대에 앉아 있는 나를 보더니,
“엄마, 그 침대커버, 내가 쓰던 거 아니야?”하고 묻는다. 묻는 말투에 어떻게 그렇게 오래된 물건을  아직도 버리지  않고 쓸 수 있을까, 기가 막힌다는 뉴앙스가 느껴진다. 고등학교 졸업후 집을 떠난 딸이 쓰던 것이니 햇수로  15년은 족히  된 것이다.
“그런가? 아직도 멀쩡해서 잘 쓰고있는데, 어때서?”
나는 당연한 일을 신기해하는 딸에게 오히려 반문을 했다.
 
   미니멀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딸은  물건의 구입과 처분에 망설임이 없다. 얼마전에는 그동안 살던 집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다. 딸은 내가 혼수로 마련해준 고풍스럽고 멋진 마호가니 색갈의 침대 세트를 중고품  거래 사이트에 올려  헐값에 처분하고, 단순한 디자인의 흰색 침대 세트를 사다 놓고는
“엄마가 사 준 침대 세트는 새 집 에 안 어울려서 팔아 버리고 이거 샀어. 괜찮지?” 하고 묻는다 
“그애, 좋아보이네.”
조금은 섭섭한 마음이 들었지만 겉으로는 쿨한 척 하며  대답했다.
 
   딸과 그런 대화가 있은 후에 집안을 돌아 보았다. 그리고 내가 쓰고 있는 가구며 살림 도구가 오래되고 낡은 것들이 상당하다는걸 새삼 깨달았다. 물건뿐만 아니라 옷장에도 20여년 전에 입던 옷들이  있다  오랜 동안 체형에 변화가 없어서 지금도  입을 수 있 고, 체격이 작아서  몸에 맞는 옷을 찿기가 쉽지 않다는 핑계를 들며 입지도 않는 옷들을 옷걸이에 걸어 놓고 있다.  그런데 처분해야 할 물건들 중에서도 제일 으뜸인 품목은 책들인 것 같다. 이층방 하나는 내 책으로 책꽂이가 가득하고 지하실에는 남편 책으로 한 쪽 벽이 가득 차 있다. 이사 할 때 마다 버려야지 하면서도 박스,박스 그 무거운 책을 가지고 다닌다. 왠만한 정보나 읽을거리는 검색만 하면 볼수있는 인터넷 시대애 아직도 전공 서적이며 교양, 문학 서적등을 처분 하지 못하고 있다. 옷이나 다른 생활용품들은 도네이션이라도 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 한국어 책은 도네이션을 할 곳도 없다. 책 중에는 선물로 받은 책도 있고 작가가 손수 싸인을 해서 준 책 들도 있다. 그런 책을 버린다는 것은 어쩐지 그 책의 가치와 인연과 추억까지 처분하는것 같아 차마 버리지 못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골동품 같은 물건들을 소장하고 있는 나의 생활 방식이 한심하게 보이는지 딸이 나에게 이렇게 조원을 해줬다 
“엄마, 어떤 물건을 손에 들고 그것이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나에게 기쁨을 주는 것인가? 하고 자신에게 물어봐. 그렇지 않다고 생각되면 그 물건에게 ‘그동안 나에게 와서 잘 쓸수 있어서 고마웠어 ‘라고 말하고는 기부 박스나, 버리는 박스에 넣어서 처분해 버리는 거야” 
 
   물건의 현재 필요성과 가치만을 판단하여 미련 없이 처분해 버리고, 단출하고 깔끔하게 정리 정돈 하며 살아가는 딸의 생활 방식이 한편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근검 절약이  미덕이라고  배워온 나에게는 아직도 쓸만하고 , 또는 지금 소용이  없더라도 나중에 필요 할 수도 있는 물건들을 버리는 것은 여전히 망설여진다. 더구나 소비를 줄이고 재활용하는 것은 지구를 사랑하고 보존하는 방법의 일환이 아니겠는가?
 
   오랜 세월 동안 궁상을 떨며 간직했던 딸의 헤어롤로 앞 머리를 말아 올리며 나는 오늘도 혼자서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유레카 행진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다.
 
 
 
 
 
  •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고 최소한의 것으로 살아가는 생활방식. 물건을 줄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적게 가짐으로써 삶의 중요한 부분에 집중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김수린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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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과 의사
- 현재 둘루스 소재 개인치과병원 운영
- 제2회 애틀랜타문학상 수필부문 최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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