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 / 김 수린
독립 기념일 연휴에 파나마 씨티 해변으로 물놀이를 갔다.
끝없이 폍쳐진 수평선 위로
맑은 감청색 바다물이 넘실대고,
곱고 하얀 모래사장에 쉬임없이
밀려와서 흰 거품을 풀어놓고
물러가는 파도소리,
해변에 세워놓은 파라솔을
너풀거리게 하는 바닷 바람을 맞으며
7 월의 이글거리는 태양아래
생동감과 신선함이 넘치는 바다를
보며 해변을 걷는것 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해진다.
그리고 바다에 왔으니
바닷물에 몸을 담그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수영은 커녕,
물에 들어가는 것 조차 겁을
내는 나는
첫날은 허리정도 잠기는 낮은
물가에서 물에 뜨는 플라스틱 막대를
겨드랑이에 끼고 물 속을 걷거나
파도 타기를 시도해 보았다.
풀라스틱 막대를 생명줄 처럼 붙잡고
두발도 올려보고 파도가 오면 몸을 맡겨 보다가 튼 파도에 밀려 중심을
잃고 뒤로 자빠져 짜디짠 바닷물도
마셔가며 바다 물 놀이에 어느 정도 익숙해 지는데는 성공했다.
그리고 둘째날은
스큐버 다이버 자격증 까지 가진
친구의 강권으로 기본 스노클링
장비를 구입해 바닷물에 들어갔다.
물안경을 쓰고 호흡 투브를 입에 물고
한 두번 숨쉬기 연습을 하고는 머리를 물 속에 잠거 보았다.
아 ! 몸이 물에 뜬다!
아 ! 고기떼가 보인다
쬐끄만 피라미떼가 왁자하니 몰려
지나고 그보다 조금 큰 멸치만한
물고기 떼가 파도를 따라 우르르
몰려 다니고, 손바닥만한 물고기들이 바닥을 스치듯 지나가는 것도 보인다.
나는 튜브를 통해 들이 쉬고 내쉬는 내 숨소리를 들으며 물 속에 사는
생물이 이처럼 많고
이처럼 여유롭게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그리고 문득 내가 이렇게 물 위에
둥둥 뜰 수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고 감격했다.
영상이나 그림으로 보는 바닷 속이
아니라 내 발 주위로 스스럼 없이
몰려다니는 물고기떼를 보고
있는것은 친구 말 그대로
새로운 세계를 보는 기분이다.
바캉스( Vacance) 의 어원은 Vacantio 라는 라틴어로 “ 무엇으로 부터 자유로워 지는것” 또는 “비운다” 라는 의미도 포함된다고 한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여름 휴가는
내게 충분한 바캉스가 된것 같다.
물에 대한 두려움에서 자유,
일상의 권태로 부터 탈출,
채움을 위한 비움.
수평선을 불게 물들인 노을이
보고 있는 사이에 스러지며
어둠이 깔리는 해변에
요란한 폭음과 함께
불꽃 놀이가 시작되었다.
유황냄새를 풍기며 자욱한 연기위로
오색 찬란한 폭죽이
바다위로 터진다.
와! 하는 탄성이 울리고
잠깐 아름답게 하늘을 수 놓았던
불꽃이 사그러지고
그 뒤로 새로운 폭죽이 발사된다.
그렇게 한 여름,
축제의 바캉스는 끝나고
비워진,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일상의 의무와 직분으로 돌아와 또 다른 바캉스를 꿈 꾸며
오늘을 마주 한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