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
-반칠환
나비는 날개가 젤루 무겁고
공룡은 다리가 젤루 무겁고
시인은 펜이 젤루 무겁고
건달은 빈 등이 젤루 무겁다
경이롭잖은가
저마다 가장 무거운 걸
젤루 잘 휘두르니
---짧은 시 감상 (4)
삶에는 무게가 실려 있다.
젤루 무거운 것을
젤루 잘 휘두르는 것은
타고난 팔자를 고쳐 보려는
것보다 순응의 의지가
더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생존을 위한 동력은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는데 있다
새가 공중에 날기 위해
몸통보다 무거운
두 날개(羽)를 잘 휘둘려야
날 수 있다. 그냥 나는 게 아니라
날갯짓을 수백번 반복해
익숙해지면 날 수 있다 하여,
한자로 익힐 습(習) 자다
아무튼
팔자 소관이든 학습에 의한
것이든, 저마다 생존 본능인
젤루 잘 휘두르는 도구가 있다는 것이 경이롭다
석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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