녕하세요 제 글방에서 8월 줌미 내용을 알립니다
8월 줌미가 8월 27일 일요일에 있었습니다
참석자: 강화식, 이난순/ 이경화, 김수린, 문현주
1) 오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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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바깥_ 낮달
신철규
보라색 보자기를 든 여인이 사거리에 서있다
꼼꼼히 싸맨 보자기 안에는
쟁반에 담긴 커피포트와 찻잔 두 개가 있을 것이다
보자기 매듭이 토끼 귀처럼 쫑긋 솟아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다
정면을 바라보는 것도 아니었다
자신을 생각하는 것인지
자신을 힐끔거리며 지나치는
행인들을 생각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흘러내리는 귀밑머리를
가만히 쓸어 올려 귀 뒤로 넘긴다
오래전 소중한 사람을 배웅하고 난 뒤
한참을 돌아서지 못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 쪽 뺨이 파인 낮달이 허공에 떠있다
그녀 앞
횡단보도가 펼쳐진 계단처럼 누워있다
멀리서 불법 유턴을 하고 쏜살같이 달려온 파란색 소형 승합차가 멈춘다
그녀는 그제야 고개를 들고 차에 올라탄다
그녀가 떠나고
다방 안 낡은 어항속의 금붕어는
숨이 가뿐지 수면 밖으로 입을 내밀고 있다
흐린 유리창에 붙은
다방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셀로판지의 좌우가 뒤집져있다
반 쯤 남은 커피는 식었고 가라앉아 있던 프림이 떠올라 달무리가 진다
2) 오늘의 합평
.이난순- 체리크릭 파크에서
.김수린 _ 달콤한 이름의 잡초
3) 9월의 시 추천 _ 김수린
지금은 커피샾이나 카페로 불리는 우아한 이름의 전신이었던 다방을
무척이나 드나들던 때가 있었습니다
대학을 대표하거나 장소를 대표하는 기라성 같은 다방을 청춘의 몫인양 차지하던 그때입니다
테이블에 앉으면 레지라 불리는 언니들이나 화장품 냄새 진한 고운 얼굴마담이 와서 주문을 받고
매끄러운 선 없는, 하도 뜨거운 물에 삶아 대서 색조차도 죽어버린 투박한 찻잔에 한뼘 찻숟가락 놓여진 접시를 아무 감정 없이
놓고 가면 테이블 위에 놓여진 프림통과 설탕통에서 원하는 양만큼의 프림과 설탕을 넣어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먹던 아주 볼품없던 문화의 시대에서 우리는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얘기하지 않았나요?
보라색 보자기를 든 여인과 낮달이 어우러짐은 슬픔의 바깥에서란 제목에서 느껴지는 그 쓸쓸함이라 생각됩니다
더 깊어가는 가난과 빚에 부디 섬으로 팔려가지 아니하고 돌아와 어항의 물도 채워주고 뒤집어진 다방이름도 바로 걸고 사람들과 더불어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부디 햇살 좋은 하늘을 쳐다보는 그런 뒷애기를 들었으면 합니다
이난순 선생님은 요즈음 수필을 많이 쓰시네요
수필가로 한 번 더 등단하심이 옳을 줄 아룁니다
파크에서의 난처함과 고마움이 생생히 느껴집니다
식물 도감을 보는 듯한 정원 풍경을 써주신 김수린 샘의 작품을 읽으며
그 곳의 모든 꽃들이 만개했을 때 찬란한 태양빛 아래 차 한 잔하고 싶네요
하지만 잡초는 이름만 달콤하지 짜증나는 존재입니다
가을이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더 많은 작품을 함게 나누기를 바라며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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