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바깥_ 낮달
신철규
보라색 보자기를 든 여인이 사거리에 서있다
꼼꼼히 싸맨 보자기 안에는
쟁반에 담긴 커피포트와 찻잔 두 개가 있을 것이다
보자기 매듭이 토끼 귀처럼 쫑긋 솟아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다
정면을 바라보는 것도 아니었다
자신을 생각하는 것인지
자신을 힐끔거리며 지나치는
행인들을 생각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흘러내리는 귀밑머리를
가만히 쓸어 올려 귀 뒤로 넘긴다
오래전 소중한 사람을 배웅하고 난 뒤
한참을 돌아서지 못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 쪽 뺨이 파인 낮달이 허공에 떠있다
그녀 앞
횡단보도가 펼쳐진 계단처럼 누워있다
멀리서 불법 유턴을 하고 쏜살같이 달려온 파란색 소형 승합차가 멈춘다
그녀는 그제야 고개를 들고 차에 올라탄다
그녀가 떠나고
다방 안 낡은 어항속의 금붕어는
숨이 가뿐지 수면 밖으로 입을 내밀고 있다
흐린 유리창에 붙은
다방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셀로판지의 좌우가 뒤집져있다
반 쯤 남은 커피는 식었고 가라앉아 있던 프림이 떠올라 달무리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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