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의자
문 태 준
길쭉한 목을 늘어뜨리고 해바라기가 서 있는 아침이었다
그 곁 누가 갖다놓은 침묵인가 나무 의자가 앉아 있다
해바라기 얼굴에는 수천 개의 눈동자가 박혀있다
태양의 궤적을 쫓던 해배라기의 눈빛이 제 뿌리 쪽을 향해 있다
나무 의자엔 길고 검은 적막이 이슬처럼 축축하다
공중에 얼비치는 야윈 빛의 얼굴
누구인가?
나는 손바닥으로 눈을 지그시 쓸어내린다
가을이었다
맨 처음 만난 가을이었다
함께 살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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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감상하고 공부할 7월의 시
문태준의 '빈 의자'를 올렸습니다
그의 대표작은 아마도 '가재미' 이겠지요
그의 시는 깊은 서정성이 있으면서 삶을 읽을 수 있는 시가
대부분 인것 같습니다
평범한 언어들 같지만 문장과 행간의 의미를 되집어 보며
집중하며 읽게 되는 시 같아서 함께 공부하면 좋을 것 같아 올려봅니다
문태준 : 1970년생
94년 25살에 문예중앙에 시 '처 서' 로 등단
현재 불교 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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