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고산문학대상 수상작>
보증 서준 친구가 야반도주를 하고
그 빚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구경해 본 적도 없는 큰 빚이 너무 억울해
배를 내밀어 보았지만 보증서에
핏자국처럼 선명한 날인이 말라갈수록
점점 더 단단하고 큰 빚쟁이가 될 뿐이었다
통장에서 빚이 빠져나가는 날이면
세상 있는 모든 욕을 끌고 와
저주를 퍼부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억울한 마음이 짓무르고
삶이 수척해졌지만 신기하게
빚은 점점 야위어 갔다
몇 해 동안 빚을 다 갚고 나니
그제야 도망간 친구의 안부가 궁금했다
더 이상 빚이 빠져나가지 않는 통장과
세상 모든 욕과 저주는 할 일을 잃었다
더는 만날 일 없을 테지만 한동안 나는
네게 보내는 욕설과 저주의 힘으로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살았다
이제 나는 원래 그렇게 살던 사람 같다
어느 순간 우린 둘 다 절망이었을 텐데
너는 그 많은 욕과 저주를 어떻게 견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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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이야기다
두 월남 전우가 우연히 뉴욕에서 만났다고 한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전우의 시체를 넘어' 생존한 K와 P, 두 사람은 형제처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뉴욕으로 이민 온 K 씨는 갓 이민 온 P 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세탁소를 차릴려는데 자금이 필요하다는 K에게 현금 8만불 당시 거금을 건넸다고 했다
자취를 감춘 믿었던 전우로부터의 배신감과
이민초기 정착금을 날렸으니 난감한 처지에 수소문 끝에 아틀란타에
도피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내려온 P씨를 스톤 마운틴에서 만나 사연을 듣게 되었다
태산같은 그의 절망과 허탈로
거미줄에 발목이 걸려 넘어질 심약한 그를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어
안타까웠다.
지금 그는 어디서 어떻게 살고있을까,
두 전우는 한 세월을 한 하늘아래서
절망과 욕설과 저주를 어떻게 견뎌냈을까 ...
석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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