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루비아
신현정(1948-2009)
꽃말을 알지 못하지만
나는 사루비아에게
혹시 병상에 드러누운 내가
피가 모자랄 거라고
말을 조용히 건넨 적이 있다
유난히 짙푸른 하늘 아래서가
아니었는가 싶다
사루비아 수혈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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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루비아는 불타는 정열을 뜻하는 불꽃초
자생력이 강하여 고온다습한 곳에 잘 적응하며
오래 피는 꽃이다
짙푸른 하늘 화창한 날 병상에 드러누워 바라보는
붉은 사루비아, 생명에 강한 애착을 느꼈으리라
'사루비아 , 수혈을 부탁해'
꽃말에 관심이 없다, 목숨 같은 붉은 피가 절실했던
시인이 건넨 조용한 그 말, 고인의
한 편의 시가 되어 붉게 타오르고 있다
석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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