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풍경
석촌 李寧熙
손바닥 만 한 햇살 쪽으로 깃털을 세운 작은 새들이
모여들고 나는 남향의 창문을 통해
옷깃에 얼굴을 반쯤 파묻고 느리게 걷는 사람들 속으로
스며들었다
겨울은 막바지 세월의 한 자락을 걸치고 긴 그림자를
끌고 다니면서 아사리판 같은 어지러운 삶을 정리하느라
분주한데, 나는 길거리 모퉁이에서 풍경을
주워 담고 있었다
사람, 이만한 풍경이 어디 있겠는가
햇볕에 보송보송하게 거풍한 이불처럼 향긋한
풍경 하나 보태며 트로이메라이 잔잔한 회상의 꿈속을
천천히 걸으며 생각에 잠긴다
지난 한 해 내게 풍경으로 남은 모든 소중한 분들에게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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