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 위로 솟아 오른 돌배나무
마른 덩굴 식물들에 감겨 비명 지르고 있다
게으른 주인 흉보며 지나치다
녹슨 대문 구석에 빛 바랜 우유주머니
보초 서듯 매달린 게 보인다
올드미스 자매가 살고 있었다는데
어느날 대문 열려있어 슬쩍 들여다본다
마당 한편 분홍 플라스틱 바가지
바람에 몸 굴리며 햇볕 쪼이다
참새떼 날아오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다
이층 창가 커튼에 낯선 그림자 스치는 듯하다
맨발로 달려드는 저 덩굴들,
자매들 옷인 양 붙들고 집요하다
대문 밖
길가 쪽 좁은 화단엔 봄 싻들 올라와
집 그림자 지워지는데
짐 가득 실린 택배 트럭
휘익 먼지만 남기고 지나가 버린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