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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을 여술 (수필)

이난순2023.11.10 08:37조회 수 46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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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 여술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한 쪽 면만 들판으로 이어져있는 산골 마을이었다. 그 중에서 우리집 산이 제일 높았고 다른 산들은 저 아래로 나즈막히 있었다. 내가 어릴 때만 하여도 나무로 땔감을 쓸 수 밖에 없어 나뭇꾼을 말려야 하는  나는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친구들과의 놀이터 로서는 최고였지만. 학교에서 돌아 오면 나뭇꾼 말리는게 나의 일과 였다.

 

  산 꼭대기에서 나뭇가지 자르는 그들 보며 "나무 하지 마세요!" 하고 소리 치면 끄떡도 않고, 어디 쫒아 올려면 와 봐라 하고 태연히 나무들을 한다. 마치 자기네  산에서 나무 하 듯이. 나는 소리 소리 질러 대다가 약이 올라서 높은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숨이차게, 그들 붙잡히면  나뭇가지 모두 빼앗아 버려야지 맘 먹으며. 허나 그들은 내가 중턱까지 오르면 지게를 지고 산 꼭대기 넘어로 사라진다. 그 당시에는 산에 나무가 그리 많지 않아서 내가 그들 몰래 다가 갈  수도 없었다. 한 번도 우리산에서 나무 해 가는 그들을 붙잡아 본 적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좀 겁날 일 이었다. 초등학생 여자애가 혼자서 나뭇꾼들 말리기는  애초에 감당이 안 되는 일이었다. 어른들은 그저 주인 눈에 띄지 않게 나뭇짐 해 가도록 놔 두는 것이 아니었을까? 괜히 어른들 한테 다른집 산들은 얕으막해서 산 지키기도 좋은데 왜 우리집 산만 크고 높아서 이렇게 힘들게 하냐고 푸념만 늘어놓고, 심통도 부렸던 일이 자주 있었다. 뒷 마을 누군가 들은 우리집 산이 마치 자기내 아궁이 허기를 달래 줄 양식처럼 아는 모양 이었다.

 

  잠을 깨고 나니, 꿈이 하도 이상하여 누구 에겐가 해몽을 부탁 하고 싶을 지경이다. 우리집 그 높은 산 중턱까지 맑은 물이 가득차 찰름거렸고, 조상들 묘도 모두 물에 잠겼다. 동네는 저 깊은 물 속에서 훤히 들여다 보이고 , 멀리 보이는 들판은 바다가 되었다. 산골 마을이 갑자기 물에 잠기니 발을 동동 구르며 애가타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깨어 버렸다.

 

  우리집 산은 붉은 황토 흙 산이어서 칡뿌리를 캐어 먹어도 어찌나 달고 맛 있었던지 모른다. 봄엔 온 산이 진달래로 불 타 듯 물들고, 친구들과 진달래 꽃방망이 만들려 산을 뛰어 다니면 신발에선 언제나 빨간 황토 가득 채워졌었다. 밤에 호롱불 밑에서 연필에 침 발라가며 숙제하던 나를 위로해 주던 소쩍새가  내 친구이던 산골 마을. 어렸을적 오줌싸개 소리 안 들으려고 ,요 위에 그려 놓은 지도를 언니들 옆으로 몰래 밀쳐두던  집, 그곳이 여술 동네이다. 건너 마을 순이네 뒷 동산 바위굴엔 여우가 산다고 하였다. 동네 청년 여럿이서 어느날엔가 여우를 잡는다고 하여 호기심으로  구경을 갔다. 청솔가지를 잔뜩 잘라서 바위 앞에 쌓아 놓고 불을 붙여 연기를 내었었다. 굴 안에 있는 여우가 연기를 참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  나온다 하였는데, 여우는 구경도 못하고 매캐한 연기 땜에 기침만 어찌나 해 대었는지 모른다.

 

  외지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고향을 찾았다. 소식은 들어서 알았지만 너무 기가 막히는 광경 이었다. 산은 파 헤쳐져 있고, 트렉터가  산 등성이 한 쪽에 놓여있다. 제 2 서해안 고속도로가 우리 마을을 관통하여 지나가게 되었다고 공사중이다. 우리 산 중턱까지의 높이에 고속도로가 놓여지고 있는게 아닌가? 파 헤쳐진 산에서 붉은 피가 쏟아지 듯 하여 통증이 느껴진다. 내 집은 도로 저 만치 아래로 놓여있어 곧 헐어야 한단다. 가던 날이 마침 주말이어서 인부들은 쉰다고 한다. 동행한 조카와 산 말랭이를 오르기로 하였다.  내가 뛰놀던 그 산은 지금은 나무가 밀림처럼 빽빽하여 쉬이 들어 갈 수 없지만 트렉터가 파 놓은 길 따라 오른다. 조카도 나도 아무 말 없이.

 

  해가 뉘엿거리는 저녘나절은  붉은 구름들로 가득하다. 멀리 층층이 보이는 산들 너머엔 바다가 있으리라. 그 바다에까지 산의 아픔이 쏠려 가겠지! 내 동네 여술이 나에게 없어지는 게 아니라, 서해 바다로 향해서  달려 나가는 게 아닐까?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꿈이 생각 났다. 아주 오래 전에 꾸었지만 하도  이상하여 도무지 잊혀지지 않던 그 꿈!

그 날 밤은 꽤 길었다. 창 밖에서 들려오는  개구리들 소리는 여전한데, 유년 시절을 고스란히 남겨 둘 고향 가슴에 담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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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맷돌 보수하러 간다 내 동네 여술 (by 이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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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연극 한 편 본 느낌입니다.

    꿈을 써 보라고 한 제 주문이 충실한 기억으로 남게 되었어요.

    아직 연결고리가 약하지만 곧 멋진 글로 환생 할 날이 올 것 같습니다

    재능 갖은 사람이 열심인 사람을 앞지르지 못한다고 했죠.

    선생님은 두 개 다 갖고 계시니 이제 금메달은 훈련만 남았습니다.

  • 강화식님께
    이난순글쓴이
    2023.11.16 05:33 댓글추천 0비추천 0

    선생님의 주문이 , 저를 앞으로 나가게 해주는 동력이 되고 있는 셈이죠! ㅎ ㅎ

    언젠가는 멋지게 써 낼 수 있게 되리라 희망을 가져봅니다.

    선생님의 신랄한 꼬집힘이 많이 필요하겠지요

    부탁 드립니다.그리고 항상 감사합니다!

    연결 고리가 약하다는것은 더 곱씹어 봐야 겠지만 아직 잘 모르겠어요.

    옆에 계시다면 치맛자락 붙잡고 떼라도 써 보고 싶지만....


-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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