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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실수

이경화2023.01.01 23:21조회 수 68추천 수 1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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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둘이 사는 우리 집은 미국 공식 공휴일이 되면 특별한 일이 없는 외식이 전부다. 오늘도 예외 없이 어느 식당으로 가야 하는지 서로 의견을 나누다가 남편이 좋아하는 라면집으로 결정 했다. 아는 분이 하는 맛집으로 처음 가는 곳이다. 라면이라면 제맛을 아는 남편이 기대반  의심반으로 들어갔다. 20대로 보이는 젊은 서버가 와서 주문받는다. 남편과 내가 일어로 대화하는 것을 들은 모양이다. 일어로 주문하라고 했다. 그의 일어 실력은 초보자 수준임을 즉시 알게 되었다. 화이트 와인을 시켰더니 테이블에 놓으며 시로이 와인이라 했다. 남편이 시로 와인으로 조용히 정정해 주니 웃으며 일어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일본 유학을 떠나서 일어 공부를 하며 아르바이트했던 날들이 바로 지금 그녀의 모습과 같다. 서툰 일어로 용감하게 라면집에서 일을 했다. 그때 내가 언어 미숙으로 실수했던 일들은 잊었지만 당황스럽고 힘에 부쳤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학교가 끝나면 자전거를 타고 라면집으로 달려가서 주문받고 음식을 손님 앞에 조심스럽게 놓던 긴장감, 생활비를 해결하려고 학교 공부보다 열심히 라면집을 다녔던 일이다.

 

 

그때의 소소한 실수는 기억나지 않는데 기모노를 입고 가끔 오는 일본 기생에게 얼굴에 물벼락을 맞은 일은 아직까지도 분한데 그랬는지는 기억에 없다. 그때의 상처와 슬픔은 가난한 나라의 외국인이라는 신분으로 억울해도 경찰을 부를 없었다. 번은 자전거를 타고 좁은 골목길을 직진하고 있는데 갑자기 오른쪽 골목에서 불쑥 튀어나온 창문마저 검게 태닝을 검은 차가 나를 들이받아 쓰러졌다. 차에서 내린 검은 양복의 무섭게 생긴 남자가 다치지 않았냐고 묻는데 직감으로 야쿠자라는 느낌이 들어 괜찮다고 말하고 찌그러진 자전거를 몰아치며 살려라 도망친 경험도 있다. 그때 그들에게 끌려갔다면 나는 지금,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

 

 

미국에서 일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을 보니 나의 과거가 낡은 영화관의 필름 돌아가듯 매끄럽지 못하게 끊길 이어질 슬픈 미소를 짓게한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부끄러움없이 말할 있는 나의 젊은 시절 이야기다.

 

나온 음식을 먹고 화장실을 갔다 나오는데 남편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지 않은가. 궁금해서 음식 먹고 그러냐고 물었더니 서버가 와서는 남편이 먹고 비운 그릇을 치워도 되느냐고 묻는다는 것이 언어 실수로 청소해도 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순간 동시에 폭소가 터지고 말았다. 참고 있던 남편도 한마디 한다. ‘내가 쓰레기를 먹었나?’

 

 

계산을 마치고 일어서는데 다시 서버가 와서 인사를 한다. 주인은 영수증의 바코드를 보고 내가 왔다 것을 안다고 부연 설명까지 해준다. 너무나 착실해 보이는 그녀가 젊은 날의 모습과 겹쳐서 생큐로 답하고 나왔다. 차를 타고 오면서도 그녀의 예쁜 실수로 웃음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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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자 지나친 간섭과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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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Clean 과 Put away ?

    미국식당은 손님이 떠나기 전까지는 잘 안 치우죠. 

    Standing Comedy 해도 될 소재요. 혼자 엄청 웃었네. 

  • 김혜경님께
    이경화글쓴이
    2023.1.2 18:10 댓글추천 0비추천 0

    저도 새해 첫날에 이렇게 웃음보가 터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과거의 아픈 기억과 겹쳐지는 묘한 느낌도 있었지만요. 앞으로 슬픈 일이 생기면 오늘을 기억하며 웃어야겠어요.

  • 언어로 인한 예쁜 실수는 수없이도 많겠죠.

    반대로 중대한 실수도 그럴거구요.

    저도 여기서 몇 십년전 한 번은 job interview에서 실수했던 일화가 있습니다.

    의외로 10명 정도의 interviewers 가 제 주위를 둘러앉았습니다.

    돌아가면서 질문을 받고 대답한 것 까지는 좋았는데

    마지막 사람이 조금 까다로운 질문을 했습니다.

    One of the executors usually claim his expenses for more than actual amounts. How would you describe his case and deal with him?

    상무 한 사람이 그가 쓴 경비보다 항상 더 많이 청구하는데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어떻게 대처하겠습니까?

    OK, I think he may lack of understanding in working out sums. His swindling (ill habits) should be advised kindly......

    네, 그가 숫자 계산에 대해서 서툴러 그런 것 같습니다. 혹시 그런 걸 모르고 횡령 (실수라고 했어야 하는데)하신다면 친절히 알려드려야죠.

    순간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웃음 반 울음 반으로 황당해하는 눈치였다. 자신들의 높은 상관을 한 interviewee 가 현금 횡령자라고 명명했으니...

    그들의 표정을 보고 거기를 나오면서 뽑히기는 굴렀다고 생각했다.

    한데 의외로 날라 온 편지 내용은, "당신 인터뷰가 하두 인상적이어서 이 부서 말고 재정이 엮이지 않는 다른 부서 자리로 주도록 다 같이 결정했습니다". 답장을 받은 저 자신도 울어야 할 지 웃어야 할 지 아리송 했지요.

  • 강창오님께
    이경화글쓴이
    2023.1.2 18:24 댓글추천 0비추천 0

    와우 선생님의 예리한 사고가 면접관들의 정곡을 찔러 움찔 놀랬나보죠. 면접관이라고 인터뷰를 받는 사람보다 낫다는 보장은 없잖아요. 그런데 아쉽네요. 선생님이야말로 돈과 관련된 부서에서 일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Wise man is always open to new ideas.

  • 이경화 선생님의 진솔하고 재밌는 에피소드 감동적이었습니다

    리얼한 스토리 전개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 석촌님께
    이경화글쓴이
    2023.1.2 22:45 댓글추천 0비추천 0

    젊은 시절에는 사건이 많아서 위험과 고통을 달고 살았네요. 돌이켜보면 삶의 과정으로 조바심을 내서 걱정하지 않아도 다 지나갈 일이었구나 생각합니다. (일본 깡패와 부딪친 건 지금도 오싹합니다.)


- 수필가
- LPGA Life Member
- 골프티칭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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