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이 가끔 들려주던 일들이 생각난다. 트렁크에 넣어둔 핸드백이 공원을 돌고 온 후에 없어졌다거나 대낮인데도 여성이 성폭행당했다고 했지만, 우리동네 공원은 무사했었다.
일이 없는 날이면 아침 일찍 공원에 갔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새벽 공기를 듬뿍 마시며 새들도 만나고 토끼와 다람쥐의 아침식사도 눈여겨보았다. 가끔 나타나는 사슴 가족과 눈인사도 나눌 수 있어 즐거웠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많이 움츠러들었던 그즈음에 우리 동네 공원에서 살인 사건이 있었다. 그 후 며칠 동안은 무서워서 공원에 가지도 못하다가 용기를 내서 사람들이 많은 낮에 가기도 하고 강한 햇빛을 피해서 저녁 시간으로 옮겨 다녔다.
사망자의 시신이 있던 곳에는 꽃과 인형 촛불 등이 먼 발치에서도 보였지만 가까이 가기가 꺼려져서 애써 눈길을 돌렸는데 몇 달 후에 공원 관리자들이 치웠는지 놓인 물건들이 깨끗이 사라졌다. 그 장소는 가장 오픈된 곳이고 바비큐를 할 수 있는 기구가 만들어져 있어서 많은 사람이 단체 모임이나 파티도 하는 곳이었다.
어떤 원인으로 끔찍한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망자의 한을 어찌 동정하지 않겠냐만 공원묘지도 아니고 많은 사람의 쉼터에 한 사람의 슬픈 사고를 고집하는 이기주의에 마음이 씁쓸하다.
망자를 기리는 길이 오직 그 장소에서만 가능한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건지. 타인들에게 죽음, 비극, 슬픔, 상처를 일방적으로 느껴보라고 호소하고 있는건지. 엄마 품에 안겨서 온 신생아와 아빠 손을 잡고 뒤뚱뒤뚱 걷는 아이, 질문 많은 아이와 청소년들에게는 너무 잔인한 풍경인 것 같다
거리에서 교통사고로 죽임을 당했다고 가정해보자. 되도록 빨리 시신을 치우고 흔적을 없애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람들은 그곳을 밟고 지나든 차로 내달릴 것이다.
인간의 속성은 참으로 기이하다. 무관심인지 귀찮음인지 아니면 나쁜 일에 개입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말 할 수 있는데도 침묵하고 있다. 용기를 내어 공원 관리자에게 물어볼까 하다가 하루는 글로 써보겠다고 핸드폰으로 사망자의 사진도 찍고 문자 속의 궁금증을 찾아보려고 돌아오는데 집 앞의 골목길에서 차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옛 말이 떠오르는데 우연일까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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