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가 풍부한 세상이라서일까 대식가들이 좋은 음식 맘껏 먹고 돈도 버는 요즘이다. 누구는 큰 위장을 하고 있어서 많이 먹고 누구는 소화를 빨리 시켜서 계속 먹는다. 유튜브에서 먹방으로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조회 수를 보면 유명인이 따로 없다. 얼마나 먹으면 한 달 식비로 혼자서 육백만 원이 든다고 하니 놀랍기도 하다.
어린 시절의 배고픔을 기억하고 있다. 과자 대신 생라면을 먹었고 눈깔사탕 하나로 만족감을 느꼈다. 엄마가 손에 들려준 외상 장부를 가게 주인에게 내밀며 먹거리를 겨우 사 들고 왔던 시절이 떠오른다.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음식 걱정 없이 살 게 되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냉장고와 냉동고에 가득 쌓인 음식들이 넘쳐서 해가 바뀌어도 먹을 순번을 놓치고 버리는 경우도 많다. 실내 이곳저곳에는 과일과 간식거리가 널려있다. 뭐를 먹어야 할지 고민을 할 정도다. 비만이 걱정되지만 보이는 음식을 두고 참기란 쉽지 않다. 그럴 때는 먹방을 보며 대리 식사의 즐거움으로 달랜다.
한국 밥상은 다양한 종류의 반찬이 기본으로 나와서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사람은 먹지 못하면 죽는다. 동물도 다름이 없으리라. 그런데 장수 비결은 먹기는 먹되 적게 먹어야 한다. 오래 살고 싶으면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을 덜 먹으려고 참아야 한다.
사람마다 욕심이 다르다. 지금은 혼자 밥 먹기도 자주 하지만 조부모와 부모님 그리고 오 형제가 밥상을 놓고 벌이던 음식 쟁탈전은 살기 위한 투쟁이었다. 그쪽으로 머리 회전이 빨랐던 나는 식구들보다 빨리 먹는 습관을 키웠다. 먹고 싶은 것 먼저 먹고 빠지는 것이다. 요즘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앞으로 몇십 년 후가 될지는 모르지만 떠도는 뉴스가 식자재 대란이 온다고 한다. 우리가 마구 파괴한 자연 생태계가 기후의 변화는 물론이고 자연재해가 많아지며 농작물 재배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란다
부족함이 없을 때 식량걱정을 대비해서라도 아니면 장수의 지름길로 조금씩 절제하는 생활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즘 잘나가는 대식가들이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을까. 그들을 모아놓고 소량의 음식만 주고 사는 모습을 담은 실험 생활을 보고 싶다. 잘 먹고 잘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음식에 노예가 되어 참고 못사는 무절제한 삶도 안타깝다. 장을 보며 올가닉을 살까 말까, 세일 식품을 사재기를 할까 말까 망설이는 내가 바보스럽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