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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지가 묻는다

이경화2023.11.14 09:34조회 수 93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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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대에서 뒹굴뒹굴 여유를 즐기다가 늘어진 몸으로 안방에서 나와 일요일 점심을 먹었다. 어제 일을 마치고 들고 왔던 명태꼬다리조림 겉절이김치를 어묵국에 밥을 말아 꾸역꾸역 넣다 보니 빵빵한 속이 거북했다.

 

 

   운동복을 챙겨서 피트니스로 갔다. 한가한 시간이다 보니 운동 애호가들도 적어서 기다림 없이 하나둘 운동기구들과 씨름을 하며 쌓인 열량을 줄였다. 고된 훈련을 마치고 사우나 실에 들어가 뭉친 근육을 풀고 샤워하고 나서 습관대로 휴대전화를 보았다

 

      열지 않은 카톡 알림이 보였다. 서슴없이 검지로 눌러보았다. 카톡방이 열렸고 순간 나는 어떤 글과 말과 행동으로 표현해야 하는지 알면서도 몰랐다. 그가 메시지도 아니고 전화를 번이나 했다. 검지는 떨고 있었다. 명령도 듣지 않으려는지 오그라들었다. 그는 이미 개월 전에 사망한 분이다. 공포영화를 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돌렸던 무서움이 몰려왔다

 

 

   순간이지만  뇌활동이 멈추면 겹겹이 쌓인 기억과 판단력도 사라지고 속이 비는 걸까. 뿌연 안개 속에서 목적지를 찾지 못해 헤매는 같았다. 삼십 , 미국에 처음 입국하던 나의 목적지는 워싱턴 디시의 덜러스 공항이었는데 여행사의 실수로 텍사스 달라스 공항에 내렸을 때의 멘붕 상태와 맞아떨어졌다. 주위 사람들의 말이 한국어도 영어도 아닌 신조어로 들리는 환청과 발은 공중에 있는 느낌이었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있었던 이야기들, 장례식 도중에 죽은 사람이 관에서 나왔다든지 사후 세계를 다녀왔다든지 아니면 공상영화나 소설에서 나오는 장면들이 허구라고 코웃음 쳤던 일들이 사실일 있겠다는 혼돈으로 두려웠다. 운전하면서 집에 와서도 어떻게 하면 되는지 생각뿐이었다.

 

  

   전화를 걸어볼까? 그가 전화를 받는다면 내가 죽을지도 모르겠다. 심장이 터져서 그가 살고 내가 죽겠지. 한마디도 못하고 번의 만날 없는 영원한 이별이 되겠지. 정신을 잡아 놓고 어떻게 환생했는지 물어 볼까. 정말 천국과 지옥이 있더냐고. 그곳도 하냐고.

 

 

   죽은 자가 환생을 해서 전화를 있다면 없었던 분의 마지막 말씀을 듣고 싶다. 가깝게 살았던 동생이 위급한 상태를 알려왔고 급히 달려갔지만 이미 목소리를 잃고 표정도 굳어져 허공만 바라보고 계셨다. 어느 순간에 나를 알아보고 무슨 말을 반복하는데 소리가 없는 모양을 쫓아 이해하려 했지만, 엄마는 체념의 숨을 쉬며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비현실적인 일을 처음으로 겪다보니 두려움과 떨림, 굳어버린 검지의 망설임으로 몸이 조각난 같았다. 의도적으로 깊은 호흡을 하며 마음을 안정시키고 검지에 다시 부탁을 했다. '미안하지만 힘들겠지만 눌러줄 있겠니?'  마음을 알았다는 , 조금씩 마디가 펴지는 검지에게  눌러라고, 소리쳤다. 신호음은 길게 이어지는데 그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와 만남이 새롭게 처음으로 돌아갔다.  감성적인 글과 말로 다가왔다.  시를  썼 열정을 갖고 꾸준히 작품을 글방에 올렸다. 암으로 힘들어했지만 문자와 전화로 문학 친분을 쌓았다.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었더라면 만남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치료를 하러 의사인 딸이 사는 타주로 훌쩍 떠났다.

 

  

   통화를 하면서 서로 같은 성씨로 조상이야기도 나눴고 타주로 가신 그곳에 딸도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으니까   만나자고 했다. 미꾸라지 같은 문학회 회원을 생각하며 내가 미꾸라지 시와 그가 미꾸라지 시가 나와서 우리는 대화 속에 서로 추어탕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가 살고 있는 곳에 추어탕 맛집이 있다고 먹으러 가자고 약속도 했다.

 

 

약속도 그의 죽음으로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그가 시로 가끔 만나고 있었다. 검지가 묻는다. 어떡하라고 어떡하냐고. 지키지 못한 약속이 마음에 걸려 전화했을까.

 

 

 "많이도 잡았구나! 반기시던 어머

 

둘러앉아 즐겼던 그날 저녁 추어탕

 

어머니 계신  그곳에도 미꾸라지 있나요?"

 

<고 이종길 시인의 :미꾸라지에서  중략>

 

 

 

그의 시를 읽으며 눈물 한 바가지 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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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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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공상 과학자들이 현실과 4차원의 세계가 순간적으로 맞닿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펴는 데

    혹시 그런 경우가 아닌가요??? 저도 그런 경우를 두 번 겪었습니다. 상대방은 전혀 통화 시도를 안 했다고 하고요.

    그냥 전화기 자체안에서 순간적인 충격으로 자동 작동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 강창오님께
    이경화글쓴이
    2023.11.14 22:01 댓글추천 0비추천 0

    두 번이나요? 이런 경험은 한 번으로도 충분해요. 강창오샘은 논리와 이성으로 저처럼 오들도들 떨지는 않으셨겠죠?

  • 이경화님께

    떨다니요? 실상 그 분이 다시 살아서 전화를 하셨다해도 신기하고 흥미롭지 않은가요?

    "어디 계시다 오셨어요? 밀린 회비 마저 내주세요" 하고 재밋게 대화를 나누시면 될 것 같은데요? ㅎㅎ

  • 강창오님께
    이경화글쓴이
    2023.11.16 18:11 댓글추천 0비추천 0

    ㅎㅎㅎ 환생하신 분께 고작 회비 타령이라니요. 추어탕 먹어야지요.

    누가 먼저 환생하든지 선생님과 미래의 이런 만남이 실현되었으면 좋겠네요.

  • 짧은 순간이 긴 이야기로 전개되고 매듭도 풀게되는 일들이 현실과 가상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요즘

    이경화 샘의 전화 속에 들려오는 무서움이 고스란히 전달 되어 소름과 잠시 씨름을 했지만

    결과론적으로 새로운 사실(후원금 1,200불)을 알게 되었고 더불어 글감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마치 계시인 것 같은

    사실을 가을이 가기 전에 거두어 들인 수 있어서 좋네요.

  • 강화식님께
    이경화글쓴이
    2023.11.14 22:09 댓글추천 0비추천 0

    글쓰기에 흥미를 잃고 방황하고 있었는데 무시무시한 글감을 얻게 되었네요. 네 다행이죠. 제 전화가 결국에는 이종길샘의 조의금에 천불을 더한 후원금을 보냈다는 이종길샘의 사모님의 말씀을 알게 되었죠. 그런데 기이하게도 저를 모르는데 왜 하필이면 저에게 전화버튼을 누르셨는지 그것도 두 번씩이나? 드라마로 만들어도 될 것 같지 않나요? ㅎㅎㅎ

  • 덕분에 이종길 선생님의 글을 다시 한 번 읽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물론 경화샘 글이 봇물 터지 듯 시작의 단초가 되는 계기가 될것 같아 박수쳐 드리고 싶고요

    수필의 맛도 아주 깔끔하게 느꼈습니다 . 한 수 배울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제목도 아주 재치 있어 보여요!

  • 이난순님께
    이경화글쓴이
    2023.11.16 18:15 댓글추천 0비추천 0

    너무 겸손하십니다. 큰 상을 받으신 분께서 좋다는 평을 해주시니 기분은 좋아요.

    하지만 많이 부족함을 스스로 느끼고 있어요.

  • 선생님 수필은 강하게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게 매력이지요

    순간 느끼셨던 감정이 생생하게 전해져 오네요

    특히 제목에 100점 주고 싶어요

     

  • 이설윤님께
    이경화글쓴이
    2023.11.23 20:15 댓글추천 0비추천 0

    100점을요? 너무 후하시네요. 감사합니다.

    올해 순문에서 두 번째로 선생님의 수상소식을 들었어요. 전심으로 축하드려요.

    저에게 부족한 감성이 풍부하시고 차분하시고....

    시심이 생기도록 저도 노력해야 겠네요.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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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티칭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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