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없는 언니가 돼지 껍데기를 주문했다. 투박한 접시에 매끈한 껍질이 누워있다. 닭튀김도 구운 고등어도 벗겨 먹던 습관이 있어 젓가락이 주저하는데 피부에 좋다며 내 입에 넣어준다. 감자와 고구마, 껄끄러운 복숭아, 피부를 벗겨야 나오는 잣, 은행, 호두. 겹쳐 입은 옷과 수염을 걷어내야 매끄러운 속살을 보이는 옥수수.
그러나 언니는 껍데기를 좋아한다. 쳐진 볼살을 들어올린다며 보톡스도 맞는다. 산모의 젖가슴처럼 탱탱한 얼굴을 보면 안부 인사보다 몇 cc의 필러를 넣었는지 비용은 얼마가 들었는지 숫자 계산이 느린 머리가 팽팽돈다.
서울에 사는 친구도 다르지 않다. 딸 결혼 예물로 모피코트를 수천만원 주고 샀다고 한다. 밍크코트 한 벌을 만드는데 수십에서 수 백 마리의 밍크가 산 채로 온 몸이 찢기며 죽음으로 던져지는 참혹한 동영상을 보았다. 행동반경이 야생에서 천 킬로미터 이상인 밍크가 뜬장에 갇혀 살다가 일 년도 못살고 희생된다. 또 코로나에 감염된 밍크가 사람에게 옮겨진다고 살처분을 당했다. 갑자기 언니가 밍크코트를 입고 돼지껍질로 호식하는 모습이 연상되어 슬그머니 화장실로 달려갔다.
인간의 껍데기도 최고점을 찍고 있는 요즘, 미용과 성형이 전부가 아니다. 양심은 냉동시켜 놓았는지 움직임도 없다. 어느 기사에 실린 인물이 이곳 조지아의 유지라는 황당한 내용을 보았다. 간판만 화려한데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자신의 신분 세탁용으로 문학을 하는 사람도 보았다. 타인에게 피눈물 쏟게 하고 그들의 돈으로 기부한다고 떠벌이는 인간이 시도 쓴다. 검은 속이 춤을 추는지 댄스파티도 빠지지 않는다. 여인의 손을 돌리는 핫바지의 무릎을 꺾어주고 싶다. 모임의 변두리에서 얼굴만 내밀더니 회장이 되겠다고 읍소했던 그 인간을 밀어준 또 다른 껍데기가 모여 집단을 토막내고 말았다. 갑자기 퍼붓는 소음에 기가 질려 진리는 목 안에서 잠기고 말았다.
도리깨로 껍데기의 가치만 좇는 인간을 엎어놓고 매타작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내면에 쌓인 오물이 튀어나오게 하고 겉 먼지도 훑어서 태앙볕에 바싹하게 말려주고 싶다. 억지 감투를 쓰고 다녀도 알아주는 이 없음을 가엾게도 그들은 모른다.
타작이 시작되고 콩깍지가 옷을 벗으면 튼실한 콩들이 쏟아진다. 됫박으로 담다가 말로 담아서 포대 가득 채우던 농부의 굵은 주름에 미소가 가려져도 흐뭇한 것은 나만의 느낌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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