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의 추억 연선 -강화식
서리가 내린 이른 아침
찬바람이 발끝 안으로 모여 밖의 시간을 정지 시킨다
숨 쉴 수 있는 곳과 숨이 멈춘 공간의 온도가 다르 듯
아침 햇살이 야무지게 비추자
자리 털고 가버린 새벽 끝에서
흔적을 찾으려 빈 정원을 서성거렸다
소파에 앉아 옆 사람 흉내 내며 허리 넘어가게 웃다가
다시 눈이 마주치면 더 크게 웃던 벗이 2월에 떠났다
커피 향을 날리며 우리 집 뒷 뜰로 나와
‘라일락 좀 심지’ 했던 작년 여름의 마지막 여행
친구 잃은 여인에게
귀 빠진 날 하루 전
보랏빛 라일락 묘목을 물통 옆 뜰에 놓고 갔다
우울한 병원 주차장에서 문자를 본 마음은 연보라 색깔로 물들었고
현관 벨도 무시한 채 시공을 계산한 문자 때문에 촉촉해진 세포들
나무가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각도만큼 시간의 바쁨을 보며
특별한 공감능력에 쳐진 어깨가 들썩 인다
친구 보 듯 하라고 라일락을 키우면서
아니면 생일 선물로...
부재의 설움과 아쉬움을 채워주는 또 다른 빛
감성의 아이콘, 긍정의 지존이 있음에 행복하다
우연을 필연으로 엮어 놓은 일들
향이가 꿈에서 가르쳐줬나?
2022-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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