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대화 연선 – 강화식
“친구야 그동안 고맙고 사랑해, 이 세상에서 못 나눈
사랑과 우정을 하늘에서 완성하자 See you later”
지상에서 마지막 인사 같은 카톡이 새벽에 왔다
흔들리는 문자를 추스려서 읽고 목이 메이다 못해 시린 설날 아침
하나님이 만들어 준 것들을 암세포가 녹인다
원형을 파괴해서 바꾼 물이 차올라 호흡을 조여오고
기침으로 폐를 일으켜 세우자 놀란 암 덩이들 덕에
숨 한 번 몰아 쉰 몇 초의 숨돌림 끝에
단어 한 개 뱉고 기침 8번 하고
다음 말은 귀청 넘어 서로의 마음에 연결 줄을 긋는다
암과의 전쟁에서 깨끗이 손 들고 집으로 왔다
싸울 의지도 버틸 힘도 다 갉아 먹힌 채
살 날을 계수해야 되나, 하늘 나라 갈 날을 세어 봐야 하나
내려 놓은 삶이라고 말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속마음
초연한 척 점잖게 할 수 있는 말들의 홍수 속에
간간이 “살려주세요 지금 저 데려가시면 손해예요. 아셨죠”
내게 보내온 절규의 울부짖음 뒤에 쩍쩍 갈라져 부서지고 있을
단아하고 착하고 멋진 친구, 향이
하나님, 기적의 동아줄 한 번 내려주세요
숙주를 그만 괴롭히고 연장시켜줘야 너도 오래 살잖아, 더 살고 싶지 않니?
2022-0205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