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김치 연선 – 강화식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린다
맑은 국물 속에 하얀 엉덩이를 살짝 드러내고
분주해진 칼질 소리에 조각난 무들이
수저의 선택을 찾느라 둥둥 떠서
한 입 크게 넣고 아삭아삭 씹어 삼키면
뱃속은 시원해지면서 임무수행 끝났다고
트림 시켜준다 크윽, 고마운 소리
분홍 물 속에 노란 속살을 켜켜이 감추고 기다린다
새색시 처음 입은 진달래 꽃 저고리 색깔
멸치 육수와 배, 사과, 비트 몇 조각 넣고
같은 날 따로 담던 동치미와 백 김치를 합방 시켰다.
세월이 에너지를 자꾸 갖고 가서
무만 좋아하면 동치미
배추 좋아하면 배추만 주고 백 김치
살가운 사람에게는 두 가지를 썰어서
톡 쏘는 묘한 국물 가득 담아내며
우리 집 만의 고유명사로 이름 붙여주는 동백김치
동백꽃이 필 때 먹는 동백김치
2022-0118
*시인뉴스 포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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