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달의 슬픔 연선 – 강화식
장맛비가 하루 종일 내린다
해를 감춘 회색 빛이 제멋대로그늘을 만들어 몸을 감싸더니 뼛속 깊숙이 드리운다
날씨가 불러온 오한 때문에 팔 다리가 나무 젓가락이 되고
닳아버린 연골들이 떨림의 무게들을 고스란히 받아 아우성이다
약병을 향해 마음은 이미 방망이질 하지만 몸은 바위 덩어리
몇 번의 몸부림 끝에 낡은 허수아비 닮은 팔로 중심을 잡고
알약을 향해 짧은 길을 오리 걸음으로 재촉한다
스테로이드 몇 알을 위 속으로 밀어 넣고 침대로 돌아와 시간과 흥정을 하는 사이
어린 아이 머리만해진 무릎에 지친 눈동자를 꽂아본다
즈질즈질 내리던 빗소리가 조용하다 잠깐, 창문으로 눈과 마음을 옮겨본다
비는 그치고 물에 젖은 달이 소나무 사이로 일렁이는 건지 소나무가 달 위를
일렁이는 건지 질서 없이 움직일 때마다 숨을 쉬었다 멈췄다 반복한다
두 개의 나뭇가지가 달 위에 포개져 있다 퉁퉁 불어터진 흐릿한 보름달이
숨으려고 애쓰지만 가려지지 않아 안쓰러운지 먹구름이 다가와 덮어 준다
출렁임이 시작되고 여자이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물기 빠져 작고 빛나는 얼굴을 보여주고 싶어서일 것이다
아직도 비켜서지 않고 머물고 싶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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