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물끄러미 (COVID19) 연선 – 강화식
물들었던 단풍이 주저 앉길래
뒤 돌아 보지 않고 가을과 헤어졌다
눈과 눈만 마주치는 물끄러미 속에
살점 하나 없는 나무 가지 밑을 굴러 다니는
광란의 스토커 같은 낙엽들의 몸부림
계절을 한 바퀴 돌고도 끝나지 않았다
소리 없는 불청객이 2020년의 추억을 훔쳐가도
시간과 빛으로 곁을 내주는 해와 달
어둠이 과거로 떨어져 나가는 새벽
두 해 전 땅 위와 작별하고 땅 속으로 사라진 시인
허수경의 마지막 시집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를 읽으며
살았으면 어떤 무늬로 난국을 표현했을까?
상상은 동녘 빛이 보이고 끝이 난다
코로나의 나이테를 몰라서 소심했고
움츠린 어깨로 부지런히 살아서 겨울의 길목에 섰다
얼마나 더 끈질기게 버텨야 하는지, 아침 바람을 만지며
고욤나무 잎 차에 마음을 담근 후,
발이 빠른 계절을 만나고 싶어
백신에게 백 번의 간절한 바이러스를 보내고 싶은
12월
20201217(C-8)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