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갤러리

외 할머니와 식혜(추석 전야) {하늘연달(10월)의 시}

강화식2020.10.06 16:17조회 수 467댓글 0

    • 글자 크기

외 할머니와 식혜 (추석 전야)                                                                                 연선 - 강화식

 

가마 솥에 군불을 지피고 있던 외할머니

감주 빛깔 연기 속에 식혜 빛 눈물이 흘러 곱지 않다

잿가루 묻은 손등으로 얼굴을 비벼서

 

끓는 물속에 하얀 밥알이 어느새 동동

불을 솥 안에서 휴식을 찾아 눕는 밥알들

 

숯덩이를 꺼내 한 켠에 두고 고등어 한 손을 석쇠에 얹어 놓는다

 

불 앞에 둘러앉은 손주들에게 감주+식혜를 사발에 가득 채워주며

머리채가 먼저 소리가 나중에 저리 가라고 채근한다

할머니는 얼룩진 소매 끝으로 땀을 닦고 시간을 준다

 

속살 닮은젊고 뽀얀 윗물을 국자로 조심스럽게 떠서

새색시 닮은 반질반질하고 귀여운 단지에 담고

할머니의 흘림 방지 특기인가?

입을 작게 오므렸다 폈다 반복하며 윗물만 살살 떠서 넣는다

 

조심스럽던 시간이 빗겨가자 몸이 빨라졌다

할머니의 주름 속 늙은 빛깔 닮은 감주는

새우젓 독이라 불리는 기둥 같은 항아리에

바가지로 막 퍼 넣고 조금 흘려도 ?

입 모양은 안 변하는지

 

식혜는 손님과 공부 잘하는 막내 아들만 주고

감주는 손주들에게 인심 쓰며 주는 물이다

하얀 물을 몰래 떠먹다 사래 들린 유년의 비밀을

할머니는 모르고 가셨다

 

2020 1001*1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필명 : 연선(康 娟 仙) 서울출생
1985년 미국 L.A이민. 2017년 죠지아주 애틀랜타로 이주
*2007년 (신춘문예) 미주 중앙일보 중앙신인 문학상 ‘당선’ - 시
*제 3회 해외풀꽃 시인상 (공주, 풀꽃문학관)
*문학세계 신인상 – 수필, *한국 미래문학 신인 작품상 - 시
*재미시인협회, 미주한국문인협회, 고원기념사업회 – 이사, 글마루 동인
*애틀랜타 문학회 (전)부회장
*애틀랜타 연합 장로교회부설 행복대학 문예창작반(글여울) 강사
*글여울 신인문학상 운영위원장
*한국어 교사 12년 역임 - 한국어능력시험TOPIK (남가주 한국학교, 웨스트힐스 한국학교)
*시집 - 텔로미어(꿈 꾸는 시앓이) *공동시집 - 물 건너에도 시인이 있었네.
*미주문학, 외지, 문학세계, 애틀랜타 시문학 – 계간과 년간으로 작품 발표
* 인터넷 신문 : 시인뉴스 포엠 – 계간별 작품 발표
*E-Mail : hwashik219@gmail.com Tel : 818-427-2942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 그림자 없는 사람1 강화식 2022.11.14 187
29 그 섬에 가 있다 강화식 2022.08.14 339
28 구름이 액체처럼 흐르던 밤에3 강화식 2024.04.24 48
27 고단한 걸음의 흔적들 강화식 2021.10.27 345
26 계절의 산란4 강화식 2023.06.18 67
25 갱년기를 보낸 조각들 강화식 2021.07.18 366
24 가을의 숨소리 강화식 2021.10.20 352
23 가을 속 빛여울 강화식 2021.10.05 359
22 A C 강화식 2021.09.15 339
21 9월의 반란 {열매달(9월) 의 시} 강화식 2020.09.07 442
20 8월을 기웃거리는 기억들 {타오름 달(8월)의 시} 강화식 2020.08.12 444
19 8분 46초(George Floyd) 강화식 2020.07.15 475
18 7월의 아픈 뜰 {견우 직녀 달(7월)의 시} 강화식 2020.07.22 480
17 7월.......덮(덥)다 (7월의 시) 강화식 2019.07.23 457
16 6월의 우박 강화식 2020.06.30 473
15 6월의 고요4 강화식 2023.06.08 82
14 6.25의 침묵 강화식 2021.06.14 364
13 5월을 여는 향기4 강화식 2023.06.08 67
12 4월의 질서1 강화식 2023.05.10 64
11 4월의 접속사2 강화식 2023.04.24 63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