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속의 8월 (능소화의 비밀) 연선 – 강화식
황금 빛 능소화의 색을
하루 종일 몸에 묻히고 양반처럼 잠든 여름
꿈을 꾼다
어둠이 지나갔고 새벽이 끝나자
옹송옹송 속삭이며 내려 앉는 이슬소리 위에
새들의 청아한 노래가 작은 문을 두드리며
오염된 어제의 귓속을 털어준다
창을 열어, 풍경을 담고 들어오는 햇살을
유기된 뼈 속까지 받으며
기다렸던 아침 공기와 입 맞춤을 깊게 하다가 콜록
바람을 과식하고 바람 때문에 멀미까지 하면서
회오리 안에 갇혀 포섭당한 무더운 날
가위눌림에서 벗어나려고 시작된 몸부림
더듬거리며 버튼을 찾아 누르려 하자
틀어진 손가락의 어설픈 반복뿐
세월이 기억을 데려갔는지 찾지 못한다
시간은 자꾸 도망가는데 의식의 흐름은 제자리
빛과 어둠의 추억들이 멈춤에 잠식당하자
하얀 길을 내는 머릿속 지우개
꿈을 깨고
땀을 닦듯 8월을 닦아야 할 시간이다
‘오직 하늘을 업신여길 정도로 피어나는 능소화’
억울함을 죽어서야 만들어낸 귀한 전설
꿈꾸는 궁녀, 소화를 떠올리며 계절을 닫는다
*2020-0830*2
인터넷 신문(시인뉴스 포엠)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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