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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을 기웃거리는 기억들 {타오름 달(8월)의 시}

강화식2020.08.12 16:59조회 수 44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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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을 기웃거리는 기억들                                     연선 - 강화식

 

 

 

녹음이 성숙한 그늘 밑에 보이지 않는 생각들이 꿈틀대는 오후

 

고여 있는 물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기차 레일을 걷는 매일의 반복 속에

 

본능적인 지금의 식욕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갇혀 있고 과거를 헤집고 다니는

 

입맛들이 기억을 위로하는 잔치로 만리장성을 쌓는 8

 

 

 

엄마는 가끔씩 노란 양푼에 점심을 비빈다보리 밥에 노릇한 연두색으로 잘 익은 열무김치와 고구마 줄기 나물을 먼저 넣는다그리고 멸치 국물에 감자양파고추애호박과 유난히 두부가 많이 들어간 된장 찌개를 넉넉히 떠 넣는다그 위에 고추장참기름까지 첨가한다아들 둘 딸 둘 옹기종기 둥근 상에 모여 앉아 숟가락을 입에 물고 빨리 먹기 위해 준비를 하는지 모두 침을 흘리고 있다엄마는 10개의 눈동자를 한 손에 달고 밥을 신나게 비빈다그리고 각자의 밥 그릇에 담기 전에 화식아 부엌에 가서 계란 접시 갖고 와라’ 심부름은 꼭 둘 째 딸에게 시킨다남동생 둘을 쳐다 보고 언니를 훑어 보며 갖고 온다시간이 지나 노른자가 주저 앉고 윤기가 없어진 계란을 하나씩 올려준다아마도 미리 갖다 놓으면 먼저 다 먹기 때문에 엄마는 밥을 맛있게 먹으라고 나중에 나누어 준 것 같다밥상 옆에는 함박 꽃이 그려져 있는 하얀 양은 쟁반 위에 파란(아들용)플라스틱 컵 2개와 빨간(딸용)컵 2개가 노란 주전자와 같이 있다마당 안에 있는 우물 물을 두레박으로 길어 올려 담아 놓으면 주전자도 더워 방울방울 땀을 품고 있다어린 그 때는 정말 주전자가 땀을 흘리는 줄 알았다이런 신기한 현상을 보려고 물은 항상 내가 준비했다우리 집 안에 우물이 있어 여름에는 이웃들이 시원하게 떠다 먹을 수 있게 대문을 열어 놓고 살았다한 명도 안 오는 날은 궁금해서 문 밖에 얼굴만 내밀고 살피기도 했고 때로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드나드는 것이 싫어서 문을 닫은 적도 있었다그러면 엄마는 슬며시 또 문을 열어 놨다그렇게 4형제가 여름 방학만 되면 감나무 밑 평상에서 점심을 먹었다서울의 외곽이자 내 고향인 고척동이 그리워진다엄마의 냄새가 생각나는 과거의 그곳을 자꾸 기웃거리고 있다

 

 

 

2020-08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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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 : 연선(康 娟 仙) 서울출생
1985년 미국 L.A이민. 2017년 죠지아주 애틀랜타로 이주
*2007년 (신춘문예) 미주 중앙일보 중앙신인 문학상 ‘당선’ - 시
*제 3회 해외풀꽃 시인상 (공주, 풀꽃문학관)
*문학세계 신인상 – 수필, *한국 미래문학 신인 작품상 - 시
*재미시인협회, 미주한국문인협회, 고원기념사업회 – 이사, 글마루 동인
*애틀랜타 문학회 (전)부회장
*애틀랜타 연합 장로교회부설 행복대학 문예창작반(글여울) 강사
*글여울 신인문학상 운영위원장
*한국어 교사 12년 역임 - 한국어능력시험TOPIK (남가주 한국학교, 웨스트힐스 한국학교)
*시집 - 텔로미어(꿈 꾸는 시앓이) *공동시집 - 물 건너에도 시인이 있었네.
*미주문학, 외지, 문학세계, 애틀랜타 시문학 – 계간과 년간으로 작품 발표
* 인터넷 신문 : 시인뉴스 포엠 – 계간별 작품 발표
*E-Mail : hwashik219@gmail.com Tel : 818-427-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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