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웅이주(Dioecism)의 변신 연선 -- 강화식
땅과 이별을 하고 부지런한 다른 손길을 기다린다
소금물로 풋기를 죽여 목욕을 끝낸 처녀같이 보들보들
젓갈, 생새우, 고추가루, 파 생강, 마늘, 찹쌀 풀을 들러리 세워
화려하게 물들인 총각 같은 무 채를 섬섬옥수 넣고 합방한 날
겉절이로 관객들을 대접하고 난 후에 풋풋한 입맛을 뒤로 한 채
유산균이 헤엄치는 숙성의 시간을 기다린다
자웅동주(Monoecism) 가 되어 밥상을 오래 지키다가
청춘이 한숨을 돌리고 신 맛으로 늘어지면
하얀 반죽 입고 기름 두른 뜨거운 구들장에 읹아
고소한 냄새로 바라보는 눈과 입들을 호강 시킨다
계절이 바뀌고도 장수한 묵은지
돼지갈비 넣고 멸치 육수 넣어 푹 끓여
뼈 밑에 진붉은 갈비 살점이 젓가락으로 뜯어질 때쯤
하얀 쌀밥을 빨갛게 물들여서 큰 입 가득 밀어 넣으면
김치의 변신에 취한 혀는 뜨거운 것을 빠르게 식혀서 넘긴다
내일의 부은 얼굴 출장 보내고
지금의 행복이 보초 서고 있는 묵은지 김치
**자웅이주--암수가 서로 다른 개체,
**자웅동주--한 식물에서 암수가 같이 있는 개체(2019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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