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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풀꽃시인상 수상 소감

강화식2019.12.21 15:22조회 수 334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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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풀꽃시인상 당선 소감                                                                                  연선 - 강화식   

 

 

신호등이 희미해지더니 불이 꺼진다. 밝지 않은 빛에 검은 눈동자가 자꾸 커지며 아우성을 치다가 카펫 속으로 점점 낮게 스며든다. 나태해짐과 게으름으로 어둠과 동거를 하고 있을 무렵 귀에 들리는 소리 하나 "축하합니다" 문득 시간을 밀치고 일어나 하나하나 털어냈다. 마음의 신호와 수신호를 만들어 놓고 지냈던 아나로그의 빛을 던져 버리고 디지털의 빛을 찾기 시작했다.

 

   샤워를 하며 묵은 나를 벗겨내고 풀꽃 향기 나는 향수까지 뿌렸다. 그리고 티끌 하나 없는 맑은 거울 앞에서 부처의 눈으로 각도를  맞춘 채 들여다 봤다. 스테로이드를 먹어 달 덩이 같은 얼굴을 보면서 잠시 우울 속에서 또 다른 나를 본다. 흰 머리카락이 많아지면서 나누는 법을 배웠다. 깊은 곳에 있는 생각들을 들여다 볼줄 아는 지혜도 갖게 되었지만 그것도 잠시. 어둠 속에서만 헤아릴줄 아는 지혜의 늪에 빠졌다. 이제 마음의 신호와 수신호를 지우고 싶다. 그래서 미세 먼지가 두껍게 낀 신호등을 꺼내 털고 닦았다. 그렇지만 옛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서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순간 깜박거렸던 빛이 머리를 스친다. 베터리를 갈고 잠시 조각난 기억의 흔적을 더듬으려고 컴퓨터에 앉았다.

 

   한국에서 LA로 이민 온지 32년이 흘렀다. 그러나 이방인의 낯 설움을 잊을 무렵 제 2의 고향을 떠나 다시 죠지아주 애틀랜타로 왔다. 모든 친구, 문우, 교우들을 등지고 허허 벌판에 허수아비가 된지 정확히 2년 째 정약용이 정조를 그리며 쓴 시 '솔피노래'에만 촉을 세우고 두 곳의 고향을 잊으려 애썼다.  하지만 제멋대로 튀어나온 관절들이 습한 날씨만큼 끈적거리며 아우성을 쳤다. 그럴수록 덕지덕지 습하게 붙어서 맑게 헤어 나오지 못하는 시들.

 

   먼지 하나 없이 유리알 같은 애틀랜타의 공기. 가을 하늘과 아름다운 단풍이 차츰 곁으로 다가오는데도 시의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매일 사각의 활자 속에만 갇힌 채 시를 낳는 일을 외면하고 있을 무렵에 수상 소식이 왔다.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고(중앙신인문학상-당선) 12년 만에 처음 받는 상이다. 이 감동으로 30년 이상 묵은 지병(류머티스 관절염)이 깨끗이 사라질 것 같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다시 시를 생산할 수 있는 큰 동력을 얻었다.

 

   이제 선물 받은 감동을 휘발해 버리지 않도록 다짐한다. 텔로미어(생명연장세포)가 다하는 날까지 오래오래 저장을 할 것이다. 기억이 조각나거나 부서지지 않는 한 또 정직한 마음을 낭비하지 말고 머리와 가슴에 항상 비축 해둬야겠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면서 깊이와 열정이 사라지지 않는 마음으로 시를 쓰고 싶다.

 

   미주 교포 시인들을 특별히 사랑해 주는 나태주 선생님이 해외풀꽃시인상을 제정해서 좁은 틀에 사는 교포들에게 공간과 마당을 만들어 준 마음에 감사를 드린다. 또 심사를 맡아준 심사위원 두 분 유성호 교수님과 나민애 교수님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는데 LA 에서 추천을 해준 분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아울러 키우고 다듬고 인정 해주는 아름다운 문화가 정착 되어가는 재미시인협회의 발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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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이는 그림자(주변머리 없는 꿈) (by 강화식) 단풍 속 코로나 바이러스 (by 강화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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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 : 연선(康 娟 仙) 서울출생
1985년 미국 L.A이민. 2017년 죠지아주 애틀랜타로 이주
*2007년 (신춘문예) 미주 중앙일보 중앙신인 문학상 ‘당선’ - 시
*제 3회 해외풀꽃 시인상 (공주, 풀꽃문학관)
*문학세계 신인상 – 수필, *한국 미래문학 신인 작품상 - 시
*재미시인협회, 미주한국문인협회, 고원기념사업회 – 이사, 글마루 동인
*애틀랜타 문학회 (전)부회장
*애틀랜타 연합 장로교회부설 행복대학 문예창작반(글여울) 강사
*글여울 신인문학상 운영위원장
*한국어 교사 12년 역임 - 한국어능력시험TOPIK (남가주 한국학교, 웨스트힐스 한국학교)
*시집 - 텔로미어(꿈 꾸는 시앓이) *공동시집 - 물 건너에도 시인이 있었네.
*미주문학, 외지, 문학세계, 애틀랜타 시문학 – 계간과 년간으로 작품 발표
* 인터넷 신문 : 시인뉴스 포엠 – 계간별 작품 발표
*E-Mail : hwashik219@gmail.com Tel : 818-427-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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