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타법(打法)
석촌 이영희
무더위에 나무가 반쯤 졸고 서 있는 한나절
딱따구리 한 마리가 거의 매일 찾아와
나무 등을 두들기며 귀찮게 하고 있다
나무가 안쓰럽기도 하다가
딱따구리의 초속 십오 타의 신기(神技)한
소리가 놀랍기도 하지만
실은, 나무의 울림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유쾌한 타법에 여름이 흔들린다
키가 큰 나무를 만난 새내기 딱따구리도
세월이 흘러 타법과 강도가 점점 서툴고 약해져
속이 텅 빈 고목의 공명(共鳴)은 느리고 낮게
조용히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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