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휭 다녀간 새벽
문틈으로 밀려오는 그리움의 뿌리 깊숙히 파고든다
아침을 서둘러 먹고 배낭에 접어 넣는다
조각난 장면들
끝내 버리지 못한 몇 개의 애증의 순간들
골짜기 마다 하얀 빌딩을 끌어안고
담황초록 숲 하루를 열고 있다
발길에 밟히는 돌멩이들,돌틈을 비집고 나온 나무 뿌리들
여름을 다 건너온 산길은 말없이 깊어지고
빈 가시 밤송이 하나
그가 떠난 자리처럼 벌어진 입 다물지 못한다
배낭을 열어 거꾸로 떨어낸다
바짝마른 가시들 그 틈에 오래 걸려 있는 마음 같아
갈꽃이 바람에 흔들린다
아무도 붙잡지 않은 채
제 쪽으로 기울어진다
진관사 쪽
절마당 사람들, 얼굴엔 아이같은 빛이 번진다
나도 한 때 저런 얼굴이었을까
산길에 두고 온 것은 그 사람의 뒷 모습 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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