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한 새해 아침 기도
석촌
오랜 세월 영혼의 빈 밥그릇 채우듯
메뉴판 같은 기도 목록을 펴놓고 유치하고 식상한 기도
단골이 음식을 주문하듯 내 입맛에 맞는
감칠맛나는 기도를 주문(呪文)처럼 일방통행으로 올렸다
새해 아침에는 담백한 양념 한 숟갈 넣은 따끈따끈한
국물 곁들인 기도를 진상했다
이 나이 먹도록 허송세월 보내고
이제 내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염치 불구하고 이 모습 이대로 두 손 들고 나아옵니다
원컨데 사람 좀 맹그러 주셔서
죽어서도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그저 평범한 이 삶의 끝이
천국에 닿으면 좋겠습니다
무공해 유기농 같은 짧고 진솔한 기도, 간이 잘 맞는지
실로 오랫만에 하나님이 빙그레 웃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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