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귀천(歸天)
-천상병 시인의 30주기를 추모하며
석촌 이영희
시인 천상병 선생께서
‘이 세상 소풍’ 끝내고 하늘로 돌아가리라 하시던
그 천국에는 술 주정뱅이가 없으니
‘막걸리는 하나님의 은총’ 이라던 그가 밥보다
더 좋아하던 막걸리가 없어,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 생명과로 빚은 감로수(甘露水)
옆구리에 차고, 천국 한 모퉁이서 혼자 마시며
너무나 지루해 날마다
서울 인사동에 아내 목순옥 여사가 운영하던
찻집 ‘귀천’을 내려다보며 귀향의 시를 읊으며
쓸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 세상에 다시 돌아가리라,
재미없는 천국 소풍 끝내는 날, 가서 너무 쓸쓸했노라
말하리라’
재미없는 천국보다 재미있는 지옥, 내가 살던 세상이
더 좋구만, 히히~
파안대소하던 천진난만한 그가 천국에서 돌아와 지금
우리들 안에 머물고 있는 것만 같다
‘천국은 너희 안에 있느니라’(누가복음 17장2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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