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 내력
석촌 이영희
무는 독특한 색깔과 맛이 없어 무(無)인가,
함경, 황해, 서울, 강원, 충청, 경상, 호남 방언의 혼으로
떠도는 효자 같은 무의 내력을 읊어 보고 싶은 것이다
속살이 순백하고 깨끗하여 ‘무꾸’(垢)
너무 흔해 빠져 ‘무수’라 부르는지 몰라도
시도 때도 없이 ‘무시’로 먹어도 좋으니
둘도 없는 ‘무이’를 어루만지고 싶은 ‘무애’
아무나 먹어도 탈이 없어 ‘무우’라 했겠다
별미 중에 으뜸은
겨울 따뜻한 아랫목에서 풍상의
내력 한 사발 가득 담아 올리면, 겨울 한 자락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한겨울 입맛을 다스리니 동치미(冬治味)라 할 만하다
무우 무 무꾸 무수 무시 무이 무애
우리의 입맛을 배신하지 않는한 어떻게 불려도 좋을
무지막지한 방언들, 그 내력을 논해 무삼하리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