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 한 켤레
석촌 이영희
신발장 안에 이력서 한 켤레가 두문불출하고 있다
한 때 잘 나가다 무용지물이 되어 처분만 기다리는
그 낡은 이력서
상사에게 멱살이 잡혀 직장을 뛰쳐나온
산 증인이기도하고, 세파에 시달린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고난의 어두운 시기가 갉아 먹어
공허한 마음의 뒤축을 받쳐 준, 작은 반달이 떠 있는
나의 분신
얼굴 광택이 사라지고 주름 가득한 낡은 구두가
긴장의 끈을 풀고 실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느슨한 인연의 끈을 차마 놓지 못하는 조강지처 같은
* 履歷(이력): 신발, 걸어온 행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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