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땅 베들레헴
-돌아온 나오미를 위한 송가
석촌
베들레헴, 신선한 빵이 있는 집으로 돌아온 나오미
빵을 굽기 위해 밀가루 반죽을 하듯 그녀는
격랑의 세월을 부드럽고 촉촉해지도록
어루만지며 위로한다
미처 발효되지 못해 버려진 빵조각 같은 자신을
누룩처럼, 새 반죽 그릇에 떼어 넣고
쓰디쓴 마라 같던 황량한 모압 땅에서 한 번도
제대로 부풀지 못한 척박한 삶에
회한의 눈물과 감사와 은혜의 향을 듬뿍 넣어
반죽한다
딱 알맞게 숙성이 되어 적당히 부푼 그녀
부드럽고 향기로운 빵으로 거듭나기 위해
가장 행복한 온도 ‘나오미’ 모드에 놓고 서서히 익는다
두 아들과 남편을 잃고 빈손으로 돌아온 고향
그녀를 따뜻하게 품어준 은혜의 땅 베들레헴
일곱 아들보다 귀한 자부, 실향민이 된 룻과 마주한
고부의 오붓한 저녁 풍경 너머로, 오랫동안
닫혀 있던 쓸쓸한 옛 빵집에 다시 환한 불이 켜졌다
*베들레헴: 빵집
나오미: 기쁨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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