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노릇
석촌 이영희
세상 물정도 모르는 순진한 바보 하나
보초로 세워 두었더니 딴짓을 하고 있네
실속 없는 허수아비 허허로운 가슴에
두 팔 크게 벌려 주인 없는 푸른 하늘
욕심 없는 가을빛 들녘 한아름 가득 품는다
들짐승과 새들, 무보수로 밤낮 세워놓은
비정한 주인까지 포용한, 착한 허수아비
집안으로 불러들이고, 허수아비 노릇도
제대로 못할 인정머리 없는 나를, 쓸쓸한
들판에 홀로 세워 두었다
허수에게 저런 못난 아비가 있다는 것을
새들이 어찌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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