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몸뚱아리 우물가에서 초록 얼굴 빛내며
어머니의 시려운 손 쳐다본다 안타까이
뒷마당에 묻힌 항아리들, 아버지의 땀에 물집 잡힌 채
큰 입 벌리고 조용한데
가을 잠자리들만 부산하다
천일염 보슬한 겉옷 둘러쓰고
ㅅ ㅅ한 바람 피해 동굴 속에 포개지지
시간을 재는 계절은 어머니의 손등에서 푸르게 뻗어 나가고
노랗게 익어 갈 발효의 값은 식탁에서 치러지지
뜨거운 고구마 베어 물며 살얼음 어석이는 겨울밤의 동치미로
자매들의 수다 길이는 얼마나 되었을까
십 리를 다녀왔다, 이십 리를 다녀왔다
길이는 제각각 달라 어둠의 깊이 또한 오차가 난다
아버지의 손에 박혔던 굳은살
무덤 위에서 상수리 나무로 고집스럽게 돋아나고
딸들은 서로의 길었던 겨울밤을 다르게 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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