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몸뚱아리 우물가에서 초록 얼굴 빛내며
어머니의 시려운 손 안타까이 쳐다본다
뒷마당에 묻힌 항아리들
아버지의 땀에 물집 잡힌 채
큰 입 벌리고 조용한데
가을 잠자리들만 부산하다
각 진 천일염에 보슬히 뒹굴어
ㅅ ㅅ한 바람 피해 동굴 속에 포개지면
시간을 재는 계절은 어머니의 손등에서 푸르게 뻗어 나가고
노랗게 익어 갈 발효의 값은 식탁에서 치러지지
뜨거운 고구마 베어 물며 살얼음 어석이는 겨울밤의 동치미로
자매들의 수다 길이는 얼마나 되었을까
십 리를 다녀왔다 이십 리를 다녀왔다
이야기의 길이는 서로 달라 어둠의 깊이 또한 오차가 난다
반짝였던 눈동자 먼 산 등성이에 올려두고
자기의 테는 서른 살에 맞추며
딸에겐 마흔이 넘었냐고 묻는다
아버지의 손에 박혔던 굳은살
무덤 위에서 새순으로 돋는 봄이 되면
요양원에서 딸들의 푸념이 들린다
어머니의 동치미는 누가 다 퍼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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