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과 족보
석촌 李寧熙
이민 올 때 가져온 커다란 짐 꾸러미
어머님이 담그신 매운 고추장은
내가 토종 한국인이라 일러 주었다
화끈한 삶을 살아야지 하면서도
새콤달콤 아메리칸 총아들에 밀려
국제미아처럼 떠돌다 정착 한 후
오랫동안 잠자던
‘경주이씨 대동보 (慶州李氏大同譜)’
전 7권 묵직한 박스를 열었다
신라 천 년 건국 일등 공신
경주 이씨 시조의 초상화가
눈을 크게 부릅뜨고 벌떡 일어나자
그 뒤를 이어 고인이 되신 아버지가
지팡이를 치켜들고 걸어 나오시며
호통치신다,
장손인 네가 근본을 아느냐!
실로 오랜만에 경주 이씨 사십 세손
매운 고추장의 화끈한 회초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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