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협박
석촌 (夕村)
먼 거리에 지인으로부터
세 딸과 마누라가 여행을 떠나고 텅 빈 둥지처럼
너무 쓸쓸 하다며 함께 시간을 보내자고
문자가 날라왔다
늙은이와 낡은이가 만나
큰 산 구름이 머무는 산자락에 조용히 며칠 묵으며
신세 타령도 하고 회포를 풀어보자 했다
적막 강산 같은 처지에 호의는 고맙지만
먼 거리 왕래하기 귀찮아서
갈 마음은 굴뚝 같은데 아무래도 못 갈 것 같다며
무 자르듯 단칼에 거절했더니
‘좋은 말로 할 때 오시라’
진심이 묻어나는 정겹고 유쾌한 협박에
멱살이 잡혀, 황소처럼 질긴 코가 꿰여
먼 길 단박에 달려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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