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기회를 놓쳤다. 한 번의 시도로 포기하기에는 아쉬움과 미련이 남았다. 오늘은 성공하고 싶다. 조력자의 정보를 바탕으로 실행하자. 잡고야 말겠다는 집념때문일까. 새벽 두 시에 잠이 깨었다. 더 자야 한다는 마음과, 다시 잠들면 계획이 무너지고 만다는 마음이 몽롱한 뇌를 콕콕 쑤셔대고 있었다.
시력도 안 좋은데 한밤중에 장거리 운전을 혼자 해야 하지만 졸음운전의 끔찍한 기억이 머릿속에 박혀 있어 출발하기 전부터 심장이 조여 왔다. 차고를 여는 순간, 밖은 고요와 어둠이 겹쳐 마치 우주에 발을 딛고 있는 기분이었다. 모든 집들은 잠들고 이름모를 동물들의 움직임조차 멈춘 듯 내 숨소리만 또렸하게 들렸다.
어제 모든 준비는 마쳤지만 졸음을 쫓는 비상책은 없었다. 개스스테이션의 오픈 사인을 보고 들어가려 했는데, 문이 잠겨 있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놀란 눈으로 나를 확인하고나서야 점원이 열어주었다. 계속 부딪치는 선택을 놓고 결국 껌을 집어 들었다.
액셀만 밟으면 붕붕 날아갈 차가 기어가듯 움직였다. 어둠에 대한 공포가 팔다리의 근육과 신경을 자극했다. 이렇게 도착한 목적지는 여전히 깜깜했다. 주차를 하고 진입로에 들어서니 억 소리가 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내가 늦었다고? 이 시간에!”
진행자의 순서대로 첫 입장이 막히고 바삐 들어가는 앞사람들을 보며 희망이 반쯤 줄었다. 잰걸음으로 서둘러 수속을 마치고 가게 앞으로 뛰어갔더니 이미 선두에 선 사람들이 겹겹이 줄을 서 있었고 움직임도 없다. 망했다.
야속하게도 내 앞에 선 젊은 청년은 이미 그 놈을 잡고 있었다
“어떻게요?”
“초대받은 특별 출입문으로요.”
VIP 위에 VVIP가 있었던 것이다.
‘또 사려고요?’
그는 함박 웃음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으로 들어가 그놈이 있는 곳으로 곧장 향했지만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이미 7시 30분에 모두 팔렸다고 알려줬다. 허탈감이 밀려왔다. 목숨 걸고 기어왔는데, 이미 끝이라니.
내려앉는 마음을 추스르며 기념 사진 장소로 향했지만, 그곳에도 이미 줄이 이어져 있었다. 마스터스에서는 어디를 가든 줄을 서야 했다. 상품을 사기 위해서도, 음식을 사기 위해서도, 심지어 화장실에 들어가기 위해서도, 긴 줄이 필요했다. 돌아 돌아 겨우 내 차례가 왔다. 클럽하우스를 뒷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찍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앞에서 안내하는 한국 사람을 발견했다. 너무 반가워서 짧은 대화를 나눴다. 그는 이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캐나다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했다. 내 좌절감은 그 앞에서 한없이 작아졌다. 그놈 때문에 일찍 왔는데 망했다고 했더니, 자원봉사자에게는 한 개를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며 환하게 웃었다.
나는 결국 놈(Gnome)을 놓쳤다. 그것이 인기 상품이라는 사실을 안 것은 10 년이 지난 올해였다. 매년 조지아 오거스타에서 열리는 마스터스 골프 경기장에서 수집가들이 열광하는 물건이었다. 하루 오백 개로 한정되어 있고, 한 사람당 한 개만 살 수 있다. 가격은 약 50달러지만, 이베이나 수집가들의 정보는 내 심장을 뛰게 했다. 2016년 처음으로 만들어진 놈은 경매 시장에서 1만 달러에 거래되고 있었고, 2025년까지 전부를 모은다면 4만 달러의 가치가를 지닌다고 했다. 나도 매년 이곳에 왔으면서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전통을 중시하는 마스터스는 티켓 구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누군가의 말처럼 일반인에게는 복권에 당첨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나는 LPGA 멤버 자격으로 매년 초대를 받아 오지만 그 특혜는 나에게만 주어지는 것이어서 남편과 함께 올 수 없다. 장거리 운전의 부담과, 그 곳에서 혼자 느끼는 고독감 때문에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진입로 주변에서 암거래상들이 몇천 달러에서 몇만 달러에 거래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곳에 오지 않을 수가 없다.
놈도 잡지 못 한채 혼잡을 피하려고 일찍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때 티켓을 구하지 못해 애처로운 눈빛으로 부탁하는 사람이 있었다. 특별한 티켓이라 줄 수도 없고, 설령 준다고 해도 문제가 될 수 있었다. 나는 그저 미안한 마음으로 나눌 수 없는 티켓이라고 씁쓸하게 말을 건냈다. 고개를 꺾고 옆으로 비켜서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에고, 나도 주고 싶고 팔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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