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의 날선 눈매에 주눅든 그는 밥 그릇도 못 비운 채
부엌으로 신발을 끈다
부뚜막에 걸터앉아 엉뚱하게 삽살이 한테 주먹질로 쫒다가
사립문 바깥에서 봄 볕이 눈짓으로 불러내는 소릴 들었다
뒷개울 논뚝까지 어찌나 달렸는지 숨이 머리칼로 휘날리었다
털썩 논둑에 주저앉다가 보았다
머위들이 벌써 올라오며, 머위 할아버지도 보인다
하얗게
시어머니의 목소리, 그 칼날로 머위를 자른다
앞치마에 수북히 시간을 담 듯 머위를 끌어안고
맨 나중에 몽울몽울진 하얀꽃 할아버지 꺾어 담는다
왜 피어나는 꽃을 할아버지라고 말할까
사립문 들어서매 삽살인 꼬리치며 달라붙는다
머위로 달래진 소심한 마음 읽기라도 하였을까
냄비 불불 끓는 물에 첨벙이 머위 데쳐가며 시어머니 부른다
머위로 기다리는 봄
시아버지의 하얀 수염 쓰다듬 듯 꽃망울들 자르며 밀가루 반죽에
부침개로 고소한 머위 할아버지
씹히는 꽃망울들의 쌉싸한 훈육이 비좁은 부엌에 창을 낸다
2026년 4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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