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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부엌

이난순2026.04.12 02:57조회 수 519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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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의 날 선 눈매에 주눅 든 그는 밥그릇도 못 비운 채

부엌으로 신발을 끈다

부뚜막에 걸터앉아 엉뚱하게 삽살이 한테 주먹질로 쫒다가

사립문 바깥에서 눈짓하는 봄볕에 끌려 나간다

 

 

뒷개울 논뚝까지 어찌나 달렸는지 숨이 머리칼로 휘날리었다

털썩 논둑에 주저앉다가 보았다

머위들이 벌써 올라오며 머위 할아버지도 보인다

하얗게

 

 

시어머니의 목소리

그 칼날로 머위를 자른다

앞치마에 수북히 시간을 담 듯 머위를 끌어안고

맨 나중에 몽울몽울진 할아버지 꽃 꺾어 담는다

피어나는 꽃을 왜 할아버지라고 말할까

 

 

부엌문 들어서매 삽살인 꼬리치며 달라붙는다

머위로 달래진 소심한 마음 읽기라도 하였을까

 

 

냄비속 불불 끓는 물에 첨벙이 머위 데쳐가며 곤두선 빗장 떨친다

 

머위로 기다리는 봄

하얀 수염 쓰다듬 듯 꽃망울들 자르며 밀가루 반죽에

부침개로 고소한  할아버지

 

 

씹히는 쌉싸한 훈육이 비좁은 부엌에 창을 낸다

 

 

 

 

 

 

2026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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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의 사ㅅ적 사다리 다뉴세문경을 읽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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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은유가 돋보이는 작품이네요

     

    인간 관계는 봄이와도 봄같지 않다

    사람을 대할 땐 봄바람같이 자신에겐 엄격하게하라 했지 않은가 

    (待人春風 持己秋霜)

     

    사립 문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는 봄은 자연이 쓴 교과서와 같다

    많은 가르침이 있지만 자존심을 상하게 하거나

    기만하지 않는 순수 자연 그대로이다

    쌉싸한 머위는 인생의 쓴맛을 가르치는 훈육 선생(시어머니) 같은 것

     

     

  • 석촌님께
    이난순글쓴이
    2026.4.16 08:05 댓글추천 0비추천 0

    감사합니다 선생님!

    머위를 뜯으러 시골 다녀와서 비로서 봄을 만난 것 같았지요.

    형제자매들이 모두 건재 했을 땐 누군가 시골에 다녀오면

    "모여라 머위가 왔다" 라는 한마디면 모두들 모여들어 잔칫상을

    벌렸었는데요.

    이젠 저도 머위 할머니가 되어가나 봅니다.

  • 작은 일상에서도 시를 뽑아내는 안목에 박수를 보냅니다.

  • 강화식님께
    이난순글쓴이
    2026.4.23 01:12 댓글추천 0비추천 0

    쓰고 싶어서 글로 옮기고 나면 매번 아쉬움만 남게 되는군요

    퇴고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여 부끄러운 글이 되어버리고 말지만

    먼 훗날 다시 돌아봐야지 하고 쪽 문을 닫곤 하지요

  • 모진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부엌으로 내몰고.

    부엌에서도 가슴앓이 하는 며느리는 자연을 보며 응어리진 마음을 추스리는 아픔이

    온전히 몸으로 느껴지네요. 이런 세상은 끝난거죠? 그래아죠.

  • 이경화님께
    이난순글쓴이
    2026.4.23 01:18 댓글추천 0비추천 0

    오래전 돌아가신 시 어머님을 시를 쓰기 위한 설정으로

    날카롭게 묘사해 보았어요

    실제로 눈매는 매서워 보이셨지만....ㅎㅎ

     


-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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