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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부엌

이난순12 시간 전조회 수 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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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의 날선 눈매에 주눅든 그는 밥 그릇도 못 비운 채

부엌으로 신발을 끈다

부뚜막에 걸터앉아 엉뚱하게 삽살이 한테 주먹질로 쫒다가

사립문 바깥에서 봄 볕이 눈짓으로 불러내는 소릴 들었다

 

뒷개울 논뚝까지 어찌나 달렸는지 숨이 머리칼로 휘날리었다

털썩 논둑에 주저앉다가 보았다

머위들이 벌써 올라오며, 머위 할아버지도 보인다

하얗게

 

시어머니의 목소리, 그 칼날로 머위를 자른다

앞치마에 수북히 시간을 담 듯 머위를 끌어안고

맨 나중에 몽울몽울진 하얀꽃 할아버지 꺾어 담는다

왜 피어나는 꽃을 할아버지라고 말할까

 

사립문 들어서매 삽살인 꼬리치며 달라붙는다

머위로 달래진 소심한 마음 읽기라도 하였을까

 

냄비 불불 끓는 물에 첨벙이 머위 데쳐가며 시어머니 부른다

머위로 기다리는 봄

시아버지의 하얀 수염 쓰다듬 듯 꽃망울들 자르며 밀가루 반죽에

부침개로 고소한 머위 할아버지

 

씹히는 꽃망울들의 쌉싸한 훈육이 비좁은 부엌에 창을 낸다

 

 

 

2026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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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뉴세문경을 읽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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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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