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 세문경
박 이 차
청동거울 속 거울은 보이지 않았다
이름만으로는 이국의 문물인 듯 다뉴브 강에서 흘러온 듯
미세한 무늬는 일말의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직경 14.6센티미터 공간이 견디어 온 밀랍의 시간과
7:3 비율의 구리 그리고 주석 녹슨 합금의 두께가 남아있다
그는 경상도가 본향이라고 했다
역사가들은 새로운 사실이라고 말했다가
내일이면 다른 역설로 사실이 변했다고 역사를 뒤집어 갔으며
대략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죽어 사라졌다
그의 용도에 관해서는 제기용 이었다는 설과
어느 위력자의 목에 걸려 있었을 거라는 추정까지도 힘을 잃었다
거울 속을 스쳐 갔을 이들의 숫자만이 그 역사를 기억할 뿐
어떤 추정을 하건, 분명할 수 있는 일은
그 거울을 만들었을 사람의 손 기술이
아무런 유사한 첨언을 붙이지 않아도 거부할 수 없다
훗날까지도 다뉴세문경의 진실이 드러날지 아무도 모르지만
극히 좁은 공간에 새겨진 13,000개 선의 틈새 사이 감추어진 잠언 앞에서
3500년 전 장인의 의중에 숙연해져야한다
거울은 은밀히 만들어져서 홀연히 빛이 나거나,
빛의 조력이 없으면 볼 수 없듯이 오늘의 동족들은
그 무렵의 공적을 회복해야한다
보이는 현존 앞에서 경건해질 수밖에 없다
다뉴세문경을 읽고서
이 난 순
‘청동거울 속 거울은 보이지 않았다’ 의 첫 행이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 거울 속이 궁금해져 박물관을 찾았는데
전시된 다뉴세문경들의 속은 역시 보이지 않았다.
둥근 단추들만 카메라에 담겼다. 반짓고리에서 두 눈만 반짝거리던
크고 작은 단추들.
작자가 이름에서 다뉴브강을 연상하였듯이 나는 옷깃을 여며주는 단추들을
보게 되었다.
다뉴브 강엔 물 속으로 노래가 감기고
반짓고리 안에선 새 색시의 꽃무늬 베갯잇 수가 놓아진다
장인의 공방에서 골똘한 손끝 한 땀 한 땀 새겨지는 그림새
활석의 분말을 입김으로 쫒는다
돌의 거푸집에 채워졌을 뜨거운 액체, 열망
초침은 바람으로 흔들리고 청동은 빛을 담는다
구리와 주석의 황금비율인 66;33을 고집한 투박한 손길에
거울면이 보인다
생명의 원초를 불러들일 수 있는 투명한 속내
얼굴 디밀면 가슴속 깊은 그리움도 보이겠지
오랜 세월이 푸르런 이끼로 청동에 부스러져도, 전시된 벽에
기대어 숨겨있어도 거울의 속을 보는 이가 있을게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