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耳鳴)
석촌 李寧熙
입추가 디딤돌 계단에 성큼 올라서는
가을 초입부터
내 귓속을 귀뚜라미가 무단 점거했다
아내의 잔소리로부터
현자들의 고명한 말씀까지
평생을 들어도 뚫지 못한
철벽같은 귀 뚫느라 필사적인 귀뚜라미
격음(激音)으로 긁어대고 있어
못 들은 척 해도
막힌 귀 뚫느라 애쓰는 귀뚜리
귀가 넓고 늙은 오동나무 득음(得音)의
경지에 이르렀는지
경전 되어 한 장 두 장 내려 놓으면
귀뚜라미 독경 소리에
닫힌 마음의 귀 활짝 열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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