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쌓여가는 숲길에서
이 설 윤
가을빛이 들기 시작하는 숲을 바라보다
어릴적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풀과 나무는 어떻게 구분하지?
겨울이 되어도 살아 있으면 나무
시들고 말라버리면 풀이지
계절을 잊은 듯 여전히 파란잎을 흔들고 있는
산초나무를 지나 풀과 나무가 함께 어우러져
자욱하게 익어가는 숲길로 들어서면
콩알 같은 열매들 익어가는 소리
작은 새들 꼬무락거리는 소리
바람이 나뭇잎 쓰다듬는 소리
길 옆엔 이름 모를 나무들이
뜨거운 태양볕에 품고 있던 열매를 터트려
또 하나의 생명을 키워 낼 기다림의 시간을 시작하며
벌써 봄을 꿈꾸고 있다
이 가을 풋나기 멜랑코리에 빠져 서성이던 마음을
푸른이끼가 무성한 나무 밑에 가지런히 놓으며
땅 속 이야기들 사그락 사그락 피워올리는 이끼처럼
내 마음도 붉은 가을빛 시로 살아나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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