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갤러리

가벼워진 날개

이난순2025.11.19 19:15조회 수 26댓글 0

    • 글자 크기

 

  세차게 바람 일으키며 손놀리다 보면 도시락은 식탁위에 쌓였다.

다섯 개로

새벽 시간이 아침이 되고, 식구들 일어나 기지개를 켜는 소리에

김치 콩나물국은 간이 배고 압력밥솥 김이 빠지는 소리는 화장실 다툼을 끝나게 부채질 하는 듯 하였다

나중엔 꾀를 부려 막내를 외고로 입학시켰다. 학교에서 점심과 저녁밥을 먹여 준다는 소리에.

 

 

  막내딸네와 함께 아들이 사는 싸우스 캐로라이나행 비행기를 타려고 덴버공항에 도착하여 수속을 마치고 라운지로 향하였다. 아침을 못 먹고 나온 우리는 뷔페같이 선택을 골고루 할 수 있어서 넘좋았다.

다른 때와 달리 배부른 아침을 먹고 시간에 맞춰 게이트로 오니 탑승시간이 삼십분이나 지연 되었다고 한다. 잘 되었다 생각하고 느긋이 화장실도 다녀오고 창밖을 바라보다 비행을 준비하는 항공기와 맞닥뜨렸다.

꼬리와 날개가 파란색인, 나머지 부분은 하얀색 몸체의 미국 국내선 비행기였다. 어떤이들처럼 나도 비행기가 무거운 승객들과 짐들을 싣고 하늘을 나를 수 있다는게 참으로 신기하고 믿을 수 없는 일 이었다.

저 꼬리와 푸른 날개로 하늘을 휘저어 두어시간 반 동안 아들네로 데려다 줄 수 있다니...

어느덧 탑승시간이 되고 자리에 앉은 나는 낯선 외국인들 틈 가운데 자리에 앉게 되었다. 일행들은 저만치 뒷좌석으로 가고.

 

 

  삼십여분 정도가 지났을까 안내방송이 나왔다 비행시간이 늦어질거 라고.

난 묵주를 꺼내어 기도를 하기시작하였다. 그런데 또 안내방송이 나온다 난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여 옆에 있는 젊은 친구에 물어보니 비행기에서 짐들을 갖고 내려야 한다면서 사람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하며 선반에서 짐들을 꺼내며 나가기 시작한다. 어리둥절한 나는 우리 식구들을 쳐다보았다. 딸이 바라보면서 엄마 우린 짐도 많고 하니 그냥 계세요라고 하여 내 좌우로 앉은 사람들 모두 내렸지만 그냥 앉아 있었다.

 한참이 지난 후 또 방송이 나온다. 마침내 몇몇 팀과 우리도 짐을 꺼내어 비행기 바깥으로 나와 게이트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 아마도 비행기에 문제가 있었나 보았다.

다시 탑승을 하고 미안하다는 안내방송과 함께 이륙을 시작한다.

비행하기 전에 문제점이 발견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이었나 생각하니 휴 하고 안심이 되었다.

승무원이 카트를 밀고 오며 주문을 받는다. 난 좀 과한 아침을 먹어 사이다와 가벼운 스낵을 주문했다. 물론 간식은 먹을 생각이 없었지만 손녀들 에게 주려고 시킨 것이 었다. 사이다에 얼음을 두 조각 띄어서 건네준 시원한 사이다는 거북하였던 마음을 편안케 해 주었다.

그런데 승무원이 크레딧 카드로 결제를 해야 한다고 한다. 아니, 음료와 간식이 무료가 아니란 말인가? 나는 좀 당황스러웠다. 옆에 앉은 젊은이가 국내 비행 에선 무료가 아니라고 귀띰 해 주었다 .미국에 온지 며칠이 되지 않아서 은행에 크레딧카드를 주문 하기는 했지만 아직은 현금 밖엔 없었다.

난 마음 속으로 승무원에게 답 할 말을 뇌어보았다.영어로.

 

 

  샤롯 공항에 도착한 후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승무원에게 음료수값을 결제하려고 다가가는데 어떤 젊은이가 나한테 자기가 나의 fee를 내어주겠다고 한다.

고맙다는 표시로 웃고 있는데 승무원도 웃으면서 손을 저으면서 괜찮다고 하였다. 아마도 승객들에게 비행기를 오르락내리락 하게하여 미안 하였던 모양이다. 나는 순간 참 재미있었다.

 

  공항에서 딸네 식구와 우린 차를 렌트하여 아들네로 향했다. 날은 벌써 어두워져 캄캄했다. 피곤하였는지 금새 잠이 들어버렸다.

낯선 길을 GPS 덕분에 사위는 쉬이 운전을 한 모양이었다.

아들네와 반가운 해후로 떠들썩한 집은 여기저기 둘러볼 데가 많았지만 바깥은 궁금하기만 했다.

이튼날 새벽에 일찍 눈이 떠진 남편과 나는 뒤뜰이 궁금하여 커튼을 말아 올렸다. 잔디밭 지나 휀스 너머엔 숲속이었다.

얼른 바깥으로 나가는 문을 열고 휀스 끝까지 가 보았다. 어렸을 적 개구쟁이로 그렇게나 속을 애태우게 만들던 아들이 듬직한 성인이 되어 가정을 이루어 숲 곁에서 살고 있는게 든든히 여겨졌다.

잠에서 깨어난 막내 사위가 아침 인사를 하며 낭보를 전해주었다.

우리들의 이번 왕복 항공료가 전액 환불 되었다고. 티케팅 할 때 보험을 들었는데 두시간 이상이 지연 되어서 혜택이 돌아 왔다고.

 

 

  가벼워진 마음은 이번 여행을 들뜨게 하였다

    • 글자 크기
묵 가루 같은 여자

댓글 달기


-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가벼워진 날개 2025.11.19 26
153 묵 가루 같은 여자 2025.10.15 47
152 돌아가는 중 2025.10.11 54
151 갈갈 가을가을 2025.10.09 49
150 어느 일요일 점심 2025.09.21 73
149 바람이 바람 나다 2025.09.04 76
148 슬픔, 웃자라다4 2025.06.22 366
147 디밀어 1mm4 2025.06.04 416
146 그를 이식하다 2025.05.29 86
145 황토 발 금 2025.05.06 91
144 가시 자라다 2025.05.06 91
143 봄을 먼저 보면 2025.04.05 104
142 리드하다2 2024.11.28 568
141 숨겨진 씨앗-B T S2 2024.11.16 504
140 동치미를 불러들이는 일3 2024.11.07 583
139 문닫이 꽃2 2024.11.07 540
138 콩 잎 파스2 2024.10.26 524
137 술 도가엔 술이없다4 2024.10.13 575
136 뿌리는 기억한다2 2024.09.15 537
135 출 타 중 2024.08.27 118
첨부 (0)